법원 "'612배 유해물질' 아기욕조 제작사, 소비자들에 배상해야"

1심, 배상 책임 인정 안했지만…2심서 뒤집혀
"물마개 소재 교체 후 공급자 적합성 확인 안 거쳐"

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 이승익 변호사가 기준치의 612배를 초과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욕조 제조업체(대현화학공업)와 유통업체(기현산업)를 상대로 형사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해당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1.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기준치의 612배가 넘는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된 아기욕조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광만 이희준 정현미)는 A씨 등 소비자 160명이 대현화학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1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친환경 PVC를 물마개의 소재로 사용해 제조한 욕조 시제품에 관해 적합 판정을 받은 후 일반 PVC를 물마개 소재로 사용해 욕조를 제조했다"며 "이에 관해 별도 공급자 적합성 확인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마치 거친 것처럼 욕조에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어린이제품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표시광고법상 '거짓의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욕조를 제조·판매함으로써 원고들에게 위해를 가했다거나 욕조를 사용함으로써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제조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다만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욕조 마개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신체·생명·재산상 손해를 봤다는 점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대현화학공업이 생산한 '코스마 아기욕조'는 다이소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돼 '국민 아기욕조'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20년 12월 이 제품의 배수구 마개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612.5배를 초과해 검출됐다며 전량 리콜 명령을 내렸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간·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남성 정자 감소, 여성 불임 등 생식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피해 영아들의 친권자 약 3000명은 2021년 2월 서울 동작경찰서에 제조사와 중간 유통사 기현산업을 고소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두 회사 대표는 어린이제품안전 특별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같은 해 8월 공정위는 두 업체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집단분쟁 조정 신청을 받고 지난해 1월 가구당 위자료 5만원을 지급하도록 조정했다. 다만 판매자 다이소에 대해서는 제조 과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책임을 묻지 않았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