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6600억' 부당이득 어떻게 가능했나…시세조종 주문 22.7만회

가장·통정매매에 고가매수 주문…강남북에 사무실 3개팀 운영

영풍제지 주가 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모씨와 김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홍유진 기자 = 코스피 상장사인 영풍제지의 주가를 조작하며 6600여억원을 챙긴 조직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어떤 수법으로 이처럼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는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매도·매수 시기를 담합해 거래하는 통정거래 등 무려 22만7000여회에 걸쳐 시세조종 주문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조작에 사용되는 수법이 사실상 총망라된 셈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하동우)는 14일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들 조직이 2022년 10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영풍제지 주가 조작으로 6616억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단일 종목 주가 조작 범죄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 수사 결과 일당은 영풍제지 주식을 대상으로 약 1년 동안 22만7448회의 시세 조종 주문을 냈는데 그중 가장·통정매매가 14만8615회(65.3%)로 가장 많았다. 통정매매란 매도·매수 시기는 물론 물량과 가격까지 거래 상대방과 사전 협의해 매매하는 방식으로 자본시장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다. 가장매매는 실제 매매 의사가 없으면서 매매로 이뤄진 것처럼 겉으로 가장하는 행위다.

고가 매수 주문을 반복적으로 내 시세를 밀어 올리는 고가매수 주문은 6만5924회(28.9%)에 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여명의 조직원을 3개 팀으로 나눠 점조직으로 운영해 조직원들이 서로 알지 못하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강남과 강북 등에 사무실도 차렸다.

검찰 관계자는 "전문 시세조종꾼인 총책 이모씨가 과거 함께 일한 최측근으로 조직을 꾸렸다"며 "처음부터 3개 팀은 아니었으며 주가 조작을 하다 보강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19일 영풍제지 거래가 정지될 때까지 약 5200억원의 수익을 실현했으며 그중 상당액을 영풍제지에 재투자했다. 유흥비나 고가품 구매에도 일부 탕진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가를 띄워서 팔고 상당액을 다시 투자하는 방식을 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풍제지 주가는 2022년 10월25일 3484원에서 이듬해 10월17일 4만8400원까지 약 14배 올랐으나 이후 30%가량 급락했다.

황우진 서울남부지검 인권보호관 겸 공보관이 14일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2.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들의 시드머니(종잣돈)도 수사하는 검찰은 조직원들이 자금 모집 지시를 받고 자금을 외부에서 적극 끌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왜 영풍제지를 택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통상 주가 조작의 타깃이 되는 종목은 거래량이 많지 않고 회사 규모가 크지 않은 특징을 갖고 있는데 검찰은 당시 영풍제지가 이 같은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수사 초기 도주한 조직원도 추적하고 있다. 해외로 도주한 1명에 대해서는 여권 무효화와 적색 수배 조치를 밟고 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