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차장에 대행까지 떠나는 공수처…주요 사건 처리 '사실상 마비'
수사1부장 이달말 사직…공수처 1~3인자 공백 현실화
처장 선임 첩첩산중…헌법재판관·감사원 수사 답보 상태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처·차장에 이어 직무대행마저 사의를 표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3인자 모두가 공석 상태다. 처장 인선마저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어 공수처 수뇌부 공백 상태는 쉽게 해결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요 수사와 사건 처분을 매듭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수뇌부 '공백' 당분간 불가피…검사 숫자 정원의 80%에 그쳐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선규 공수처 수사1부장은 오는 29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지난 7일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민간인 시절 자신의 형사재판 결과가 공수처에 누가 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앞서 6일 민간인 시절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부장의 사직서가 수리되면 직제 순에 따라 송창진 수사2부장이 처장 대행을, 박석일 수사3부장이 차장 대행을 맡게 된다.
김 부장이 사직하면 공수처 검사는 정원(25명)의 80%인 20명으로 줄게 된다. 수사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 1~2부를 더한 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공수처는 현재 지난해 하반기 공고한 검사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임용 예상 인원(평검사 2명)을 채운다고 해도 수사를 지휘할 부장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달 29일 열리는 8차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회의에서도 최종 후보가 선출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새로 구성된 추천위원과 후보군을 두고 벌이는 첫 논의여서 결론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추천위는 앞서 열린 7차례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이날 새 후보군을 선정하기로 했다. 또 야권 몫으로 선임된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퇴할 예정이어서 새 추천위원이 합류하는 점도 변수다. 이날 최종 후보가 선정되더라도 대통령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 속도 못 내는 공수처 수사, '직무대행'으론 '한계'
지휘부 공백 계속되면서 공수처 수사도 좀처럼 속도가 붙질 않고 있다.
공수처는 당초 골프접대 의혹을 받는 이영진 헌법재판관을 지난달 소환할 계획이었지만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수사는 유병호 사무총장 소환 이후 최재해 사무총장에 대한 조사까지 이어지지 않는 상태다.
감사원 3급 간부 뇌물 사건은 공수처가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를 요구하며 이첩했지만 검찰이 반송하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건을 보관 중인 검찰도 공수처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지난달 김계환 사령관과 국방부 검찰단, 조사본부 등을 잇달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지만 주요 피의자 소환 등 추가 수사는 어려워 보인다.
공수처 내부도 "기관장 없이 주요 결정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요 사건에 대한 최종 처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ausu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