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임종헌 '유죄' 양승태 '무죄' 엇갈린 판결 이유는

임종헌, 재판 개입 무죄, 사법행정권 남용 일부 유죄
梁 재판부 "林과 공모 인정 안돼" 판단…직남죄 해석도 일부 엇갈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1 DB)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이세현 기자 =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5·사법연수원 16기)이 1심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6·2기)과 희비가 엇갈렸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주요 핵심 관계자인 두 사람의 판결이 엇갈린 것은 임 전 차장은 실행 행위의 직접 당사자로 행동해 직권남용죄의 직접 적용을 받았고,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는 입증이 부족해 공모관계가 부정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또 각각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된 두 사람의 재판에서 재판부마다 직권남용죄 등의 구성요건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엇갈리면서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임 전 차장에 대한 혐의 판단이 임 전 차장 담당 재판부에서는 인정된 점도 유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판개입' 혐의는 모두 무죄…그러나 징역형 집행유예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부장판사 김현순 조승우 방윤섭)는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재직 당시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사실을 유죄로 봤으나, '재판개입' 혐의와 관련해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임 전 차장은 강제징용 사건과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려면 △직무권한이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바가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강제징용 사건 관련 소송 검토는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돼 재판 독립을 침해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위안부 관련 소송 검토는 "재판절차와 결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어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밖의 재판개입 혐의에 대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임종헌, '사법행정권 남용' 일부 유죄…'전부 무죄' 梁과 차이 왜?

다만 재판부는 이날 임 전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가 인정된 10가지 혐의 중 양 전 대법원장과 혐의가 겹치는 것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 재항고 이유서 관련 검토를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 △통진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사건 관련 법원행정처의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이 유출되자 법원행정처 개입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해명 자료를 작성해 헌재와 청와대에 행사한 혐의다.

또 △헌재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재 내부 정보 및 자료 수집을 지시한 혐의 △법원장들에게 현금성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공보관실 예산을 불법 편성해 다른 용도로 유용한 업무상배임 혐의 등도 양 전 대법원장과 겹치는 혐의다.

이 중 △헌재 파견 법관을 통한 헌재 내부 정보 수집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도 직권남용죄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봤지만,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 같은 논리는 임 전 차장 재판에서도 그대로 인정돼 유죄로 판단됐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 관계는 이 재판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반면 직권남용죄의 해석이 엇갈려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린 혐의도 있었다. 먼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 재항고 이유서 관련 검토를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행위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통진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사건 관련 법원행정처의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이 유출되자 법원행정처 개입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해명 자료를 작성해 헌재와 청와대에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도 판단이 조금 엇갈렸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는 청와대를 상대로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은 맞지만, 헌법재판소에 행사할 목적이 없었고 청와대에는 전달되지 않아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죄로 봤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재판부는 "헌재와 청와대에 행사할 허위 공무서를 작성하고 행사하게 했다"며 "사법부는 공정하고 정의로울 것이라는 국민 신뢰를 저버렸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검찰의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된 후 전현직 법관 14명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유죄가 인정된 것은 단 3명이다.

앞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가 인정돼 각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