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엄상필·'젠더법 전문' 신숙희…조희대 1호 대법관 후보자(종합)

엄상필 "지식·실력 겸비"…황선 일부 무죄·김성호 가중 처벌
신숙희 "후임에 귀감"…'어금니 아빠' 사건에 국가 책임 인정

대법원 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새 대법관 후보자로 엄상필 서울고법 부장판사(55·사법연수원 23기)와 신숙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4·25기)이 임명제청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일 임기 만료로 퇴임을 앞둔 안철상(67·15기)·민유숙(59·18기) 대법관 후임으로 엄 부장판사와 신 상임위원을 각각 임명제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제청 수용으로 두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인준 표결 절차에 나서게 됐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이날 처음으로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했다. 두 후보자가 대법관에 취임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되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대법관이 된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의지, 시대 변화를 읽어내고 우리 사회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통찰력과 포용력,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훌륭한 인품 등을 두루 겸비했다"고 두 사람을 소개했다.

◇ 엄상필 '지식과 실력 겸비한 정통 법관'

엄 부장판사는 '법률 지식과 재판실무능력을 겸비한 정통 법관'으로 꼽힌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인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7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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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법적 논증과 사건에 대한 이해 및 통찰을 바탕으로 사건 해결에 적합한 결론을 내기로 유명하다. 기록을 철저히 검토하고 쟁점을 충실히 파악하며 부드럽고 정중한 언행으로 소송을 원만히 진행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사건 당사자와 소송 관계인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 '북한의 대남선동 및 북한 체제 미화 혐의로 기소된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2억원 건네 국고 손실 끼친 혐의로 기소된 김성호 전 국정원장 사건 파기환송심' 등이 주요 재판으로 거론된다.

황선의 토크콘서트 주최 등 일부 혐의에서 의사표현의 자유를 우선시하고 대한민국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김 전 국정원장 사건에서는 2심이 무죄로 판단한 직권남용·국정원법위반 혐의를 추가 유죄로 인정하고 형량을 가중 선고함으로써 피고인들의 범죄가 반헌법적이고 국민 신뢰를 크게 배반하는 심각한 행위임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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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법 전문' 신숙희…"후임 법관 귀감"

서울 출생의 신 상임위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이듬해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엄 부장판사보다 1년 먼저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27년간 서울·대전·제주·창원·수원 등 법원에서 민사·형사·행정 등 다양한 재판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여성 최초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신 상임위원은 '젠더법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한국젠더법학회 부회장과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성평등과 성인지 교육의 확대, 일과 삶의 양립을 위한 제도 도입 및 정착 등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동과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연구와 교육활동에도 힘써왔다.

주요 판결로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 이른바 '어금니 아빠 사건'이 있다. 피해자 가족이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 책임 비율을 1심보다 확대해 손해배상액을 증액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신 상임위원은 따듯한 성품과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 후배 법관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약자와 성평등에 대한 이해를 재판실무에서 구현하려는 모습이 귀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