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임정혁 전 대검차장, 백현동 업자 구속 피하는 대가 10억 요구"

공소장 적시…"곽정기, 경찰 인사·청탁비 명목 1억원 요구"

'백현동 수사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고검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가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임세원 기자 = 검찰은 백현동 개발업자에 대한 수사 무마를 청탁받은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한 임정혁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67·사법연수원 16기)가 10억원을 요구해 1억원을 수수한 정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함께 기소한 곽정기 전 총경(50·33기)도 인사 청탁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31일 뉴스1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모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을 만났다. 당시 이 회장은 정바울 아시아디로퍼 회장의 변호인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정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구속되지 않게 어떻게 할 방법이 좀 없겠느냐"고 물었고 임 전 차장은 "내가 검찰 고위직들을 잘 알고 있으니 대검에 올라가서 구속되지 않게 사건을 정리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10억원의 대가를 요구했다는 게 공소장에 적시된 당시 상황이다.

이후 임 전 차장은 정 대표의 요청을 받고 찾아온 그의 친형에게 "지금 계약하고 돈이 입금되어야 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 10억원을 즉시 지급해달라"는 취지로 말했으나 "10억원이라는 큰돈을 바로 지급하는 것은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10억원을 바로 지급하기 어렵다면 착수금으로 1억원을 우선 지급하고 일이 잘되면 나머지를 지급하면 된다"는 의사를 전달해 2023년 6월1일 1억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백현동 수사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곽정기 변호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12.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곽 전 총경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경찰 재직 때부터 알고 지내던 박모 경감(58)으로부터 이 회장을 소개받았다. 박 경감은 앞서 이 회장에게 "경찰 고위직 출신인 곽 변호사가 요즘 제일 잘나간다"며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면 선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곽 총경은 2022년 5월 이 회장을 만나 정 대표에 대한 경기남부경찰청 수사 사건 수임하기로 약정했다.

곽 전 총경은 이후 정 대표를 만나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2022년 5~6월 합계 4억4000만원을, 같은해 7월에는 사건 마무리를 위해 잔금 3억원을 요구해 3억3000만원을 송금받았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경감에게는 소개료 명목으로 4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검찰은 또 곽 전 총경이 "경기남부경찰청 윗선에 인사해야 하니 현금이 필요하다"며 1억원을 요구해 인사 및 청탁비 명목으로 검은색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봤다.

두 사람은 지난 9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3월7일, 곽 전 총경의 재판은 내달 7일 열릴 예정이다.

변호사법(110조)에 따르면 변호사가 판사 또는 검사, 재판·수사기관의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임 전 차장과 곽 전 총경은 사건을 수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받은 수임료는 정식 변호사 선임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임 전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고검장, 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을 거친 뒤 2016년 검찰을 떠났다. 곽 전 총경은 경찰청 외사수사·특수수사과장(현 중대범죄수사과),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을 지내고 2019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