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수 허위신고한 공무원 '강등'처분한 이재명 도지사…대법 "취소하라"

대법 "다주택 소유 여부, 공무원 승진 평가 기준 될 수 없어"
"징계 재량권 일탈…주택보유조사 법령상 근거 없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DB)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다주택을 소유했는지 여부를 공무원의 승진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급 공무원 A씨가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경기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지사였던 2020년 12월 4급 이상 공무원과 4급 승진 후보자에 대한 주택 보유 조사를 잇따라 실시했다.

당시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를 장려하는 부동산 정책을 펴 왔지만 정작 다수 고위공직자가 다주택을 보유해 '내로남불' 논란이 일었다. 경기도의 주택 보유 조사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 부동산 정책에 관한 도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이뤄졌다.

지방행정사무관(5급)으로 4급 승진 후보자였던 A씨는 자녀 명의의 주택 1채, 매각 진행 중인 주택 1채 등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답변을 제출했다.

매각 진행 중인 주택은 보유 주택 수에서 예외로 인정되기 때문에 A씨는 1주택자로 신고됐고, 2021년 2월 경기도 지방서기관(4급)으로 승진했다. A씨와 함께 주택보유조사에 응한 후보자 132명 중 다주택 보유자로 신고한 35명은 모두 승진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2021년 6월 A씨가 보유 중인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고의로 누락해 주택 신고를 했다고 보고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A씨가 허위 자료를 제출해 인사과 업무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 정책으로 실거주 우선보호를 강조하면서 정작 정책에 영향을 주는 공직자가 주택을 여러 채씩 보유한다면 누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해당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위자료 제출은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 강력하게 조치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경기도는 2021년 8월 A씨를 강등 징계 처분했다. A씨는 이 처분에 대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가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누락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원고가 저지른 비위행위에 대해 강등처분을 하는 것은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현저히 커 보인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원고가 자신의 승진과 관련해 주택보유현황을 거짓으로 진술해 인사의 공정성을 해한 것은 결코 비위 정도가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계양정기준을 벗어나 과중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어 "징계양정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임용권자가 법령상 근거 없이 자신의 주관적 의사에 따라 임용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라며 "헌법상 직업공무원제도의 취지·목적 및 능력주의 원칙은 물론 지방공무원법령 규정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단순히 다주택 보유 여부와 같은 공무원의 주택보유현황 자체가 공무원의 도덕성·청렴성 등을 실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법령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주택보유조사에 성실히 임하지 않은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면, 이는 법률상 근거 없는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도 공무원의 복종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와 같이 주택보유현황을 밝힌 4급 승진 후보자 중 다주택 보유자로 신고한 35명이 모두 4급으로 승진하지 못한 정황은 그 자체로 피고의 4급 공무원으로의 승진임용 심사 과정이 부당함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정"이라고 덧붙였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