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 혐의 인정하면서도 "주범 시키는대로 했다"

"인삼 농사 하던 문외한…의사 결정 관여 안해"
총책, 추적 피해 도주…운전기사도 "혐의 인정"

영풍제지 주가 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모씨와 김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영풍제지 주가 조작 의혹에 가담한 일당이 재판에서 혐의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주범의 지시에 따라 소극적으로 가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당우증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모씨 등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태 공범 11명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윤씨 측 변호인은 "영풍제지 시세 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은 사건 이전 인삼 농사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주식 거래를 해본 적 없는 주식 문외한으로 주범 이모씨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윤씨는 주범으로 지목된 이씨의 처남으로 알려졌다.

윤씨 측은 "전적으로 이씨의 지시에 따라 주식을 매도·매수했고 시세 조종 과정에서 아무런 의사 결정도 하지 않았다"며 "중간에 불법 행위인 것을 깨닫긴 했지만 가담 정도가 소극적이고 직접 얻은 이익도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부당이득 산정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윤씨 측은 "공소 기간 중 영풍제지 주가가 상승한 것이 오로지 주가 조작 때문이라고 하기 힘들다"며 "해당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 영풍제지 무상증자, 코로나19로 인한 골판지 업계 호황, 영풍제지 2차전지 사업 진출 등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공범들도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일부 부인했다. 또 다른 공범 김모씨의 변호인은 "지난해 5월 전까지는 자신이 하는 일이 시세 조종 행위인 것을 알지 못했다"며 "5월 이후 주식을 매매한 것도 범행 가담을 중단하기 위해 처분한 것이지 시세 조종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들 일당은 영풍제지 주식 3597만주 상당을 총 3만8875회에 걸쳐 시세 조종해 278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영풍제지 주가는 지난해 초 5000원에 머물다 9월 초 5만원까지 치솟은 후 10월 중순 30%가량 급락했다.

주범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운전기사 정모씨도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사건의 총책으로 지목된 이씨는 현재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도주 중이다. 검찰은 이씨를 검거하기 위해 대검찰청에서 인력 지원을 받아 검거반을 편성해 추적 중이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