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의심'으로 남았던 조국·임종석 선거개입…4년 만에 밝혀지나

검찰 재수사 결정…2020년 무더기 기소에 두 사람 빠져
검찰, 관련자 유죄 선고 뒤 재기수사 결정…대통령기록관 등 압색 관측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수사를 결정하면서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여부가 확인될지 주목된다. 특히 '강한 의심'으로 남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혐의를 4년 만에 밝혀낼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사람의 관여 여부와 정도를 확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지난 18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법원 판결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울산경찰청 하명수사와 울산시장 후보자 매수 혐의 부분에 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한 재기수사를 결정했다.

재기수사란 처음 사건을 맡은 검찰청의 상급청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재기수사 명령 대상에는 이광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송철호 전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도 포함됐다.

◇송철호 등 13명 기소 당시 조국·임종석은 빠져…"강한 의심 들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인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여러 차례 관련자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을 거쳐 2020년 1월 송 전 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해서는 "송 전 시장 당선을 위해 당내 경쟁자를 회유해 출마를 막은 정황이 있다"고 보면서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불기소처분했다.

당시 검찰의 불기소처분서에는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증거나 정황들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법원이 당시 민정수석실 소속 피고인들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하면서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혐의를 판결문에 명시하며 '윗선 규명'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을 열어줬다. 법원이 하명수사 등 선거 개입 실체를 인정하고 청와대 핵심 관련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이 검찰의 재기수사 결정 배경으로 풀이된다.

◇물증·진술 확보에 주력…대통령 기록관 압수수색 나설 듯

두 사람은 송 전 시장이 당내 경선 없이 단독 공천을 받도록 하기 위해 경쟁자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회유해 출마를 막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장관에게는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한 첩보문건을 경찰에 하달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재수사로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이 선거개입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물증이나 핵심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20년 1월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 거부로 불발됐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에서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당시 청와대 문건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재수사는 선거·정치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정원두)에 배당됐다.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검찰의 재기수사 결정이 정치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며 "끝도 없는 칼질이 지긋지긋하지만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이 정도면 광기"라고 비판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