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바쳐 사람 구하는 일"…검찰총장, 일산소방서 찾은 까닭은
일산소방서, 개청 이래 3명 순직…검찰 수장 이례적 방문
김훈 저서 인용해 격려…"주황색 유니폼, 따르고 도와야"
- 황두현 기자
(고양=뉴스1) 황두현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은 1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소방서를 방문해 "목숨 바쳐 사람 구하는 일을 하는 마음을 알리고 싶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며 소설가 김훈의 저서를 인용해 소방관들을 격려했다.
현직 검찰총장의 일선 소방서 방문은 이례적으로 국민 안전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경 박춘길 일산소방서장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뒤 방화복을 착용하고 30여명의 소방관들을 만났다.
소방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이 총장은 "소설가 김훈 선생의 '연필로 쓰기'라는 책 말미에 일산소방서가 개청한 이래 세분이 순직하셨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오래된 곳이 아닌데 세분이나 그랬다면 여러분들의 마음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방문 배경을 밝혔다.
이어 "글에는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바쳐 사람을 구하기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며 "그만큼 국민들이 여러분들의 일에 대해서 감사와 위로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5년 개청한 일산소방서는 2008년 고(故) 조동환 소방위가 화재진압 중 숨지고 2012년 12월 2명이 근무 중 목숨을 잃는 등 3명이 순직하는 사고를 겪은 바 있다.
이 총장은 또 "방화복 내피를 뺐는데도 행동하기가 불편하다"며 "화재 현장에서 내피까지 입으면 활동하는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려운 일이지만 더 힘내고 기운 내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임용된 소방관이 공직 생활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아침에 일어나서 퇴근할 때까지 모든 일은 개인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구급대원은 "폭행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희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다"며 "강경하게 대응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대검찰청이 일선 청에 구급·구조 활동을 하는 소방대원과 응급의료인을 상대로 한 폭력에 엄정 대응하라는 지침을 보낸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이 총장은 "법에는 음주 상황에서 (처벌 수위를) 감경하게 되어 있는데 원칙적으로 감경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하는 일은 따르고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설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장은 감사의 뜻을 거듭 표하며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를 위로 물품으로 건넸다. 순직소방관 유족들에도 기념품을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허정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과 박현준 대검 과학수사부장, 그리고 일산소방서 관계자 수십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 총장은 이날 오후 일산, 파주 등 수도권 북부지역을 관할하는 고양지청을 방문해 검사와 검찰공무원을 격려했다. 검찰총장의 고양지청 방문은 2014년 김진태 전 총장 이후 10여 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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