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사채의 굴레…손님이 맡긴 4천만원 명품시계로 결국[사건의재구성]
4000만원·2500만원 상당 명품시계 담보로 빚 변제 나서
압류물품인 명품 핸드백·악어가죽 지갑에도 손 대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10억원의 사채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한 달 이자만 2000만~3000만원. 이를 갚기 위해 다시 또 돈을 빌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중고 명품 시계 매장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A씨는 결국 손님이 수리로 맡긴 물건을 담보로 내걸었다.
"1개월이면 시계 수리가 완료된다. 시계를 건네주면 수리 후에 돌려주겠다."
지난 2021년 6월17일 A씨는 서울 강남구 자신이 운영하는 중고 명품 시계 매장에서 중국인 손님이 수리를 맡긴 4000만원 상당의 시계에 손을 댔다.
처음부터 수리해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매장 운영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4000만원짜리 명품 시계를 담보로 돈을 빌려야 한다는 생각이 양심을 앞섰다.
이미 빚을 갚지 못해 판매 물품도 압류당한 상황이었다. 거리낄 게 없었다. 같은 해 2월에는 압류품에도 손을 댔다. 자신이 운영하는 중고 명품 판매점에 있던 압류 표시가 된 핸드백 32개, 지갑 7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 중 핸드백 2개, 악어가죽 지갑 3개에서 압류 딱지를 떼고 몰래 가져왔다.
같은 해 3월에는 2500만원짜리 시계를 사 간 손님이 수리를 요구했다. 마침 그 무렵 채권자가 빚을 갚으라고 독촉해왔다. 결국 손님이 맡긴 시계를 현물로 넘겼다.
결국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사기, 공무상표시무효, 업무상횡령 등 혐의가 따라붙었다. A씨는 잘못을 반성하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일부 돌려줬다.
2500만원 상당 시계, 4000만원 상당 시계를 맡긴 피해자들에게 각각 1000만원을 돌려주고, 1900만원을 공탁했다.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김우정 부장판사는 "공무상 표시무효 범행은 민사소송 및 강제집행 제도의 존재 의의를 훼손하는 범죄로 그 죄질이 가볍지 않고, 사기 및 횡령 범행 또한 피해 금액이 적지 않다"며 "공무상표시무효 범행의 채권자에 대한 실질적 피해회복이나 사기 및 횡령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A씨가 피해자들의 시계를 일시적으로 담보로 활용했다 반환하려는 의사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일부 피해가 회복된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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