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책임 없다"…'분신 택시기사 폭행' 운수회사 대표 보석 신청
방청객 한숨·비난…"뻔뻔하다" "반성 안 하냐"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임금체불 갈등으로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방영환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 운수회사 대표가 "방씨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며 보석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최선상 판사는 11일 근로기준법위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및 모욕, 특수협박, 상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운수 대표 정모씨의 공판과 보석 심문을 열었다.
이날 정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구속이 방씨의 사망과 무관해보이지 않지만 방씨의 죽음을 피고의 책임으로 몰아갈 수는 없는 것"이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6개 택시회사와 2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2명이 있다"며 "처벌이 두려워 회사와 가족을 팽개치고 도망할 이유가 없다"고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범행 이후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모두 제출하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도 언급했다.
정씨 측 변호인의 보석 사유 설명에 방청석에서는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방청객은 "어떻게 처음부터 보석을 신청하냐. 뻔뻔하네"라고 목소리를 높이다 경고를 받았다. 재판 후 법정 밖으로 나가던 방청객들도 "보석은 절대 안 됩니다" "아직도 반성 안 하냐" 등 보석 불허를 외쳤다.
검찰은 "정씨가 방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분신 사망에 이르게 하고 방씨 사망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른 직원을 구타하는 등 갑질 범죄를 저지렀다"며 "근로자의 생존권, 인격권, 노동권을 침해하고 방씨 사망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을 여전히 부인하는데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크고 재범 가능성도 매우 크다"며 보석 불허를 요청했다.
이날 정씨 측은 혐의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방씨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씨 측은 "방씨는 사망 이전 노동위원회에 6~7차례 진정하고 법원에도 2차례 소송을 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며 "노동위원회와 법원에도 책임이 있고 사망 직전 방씨를 징계한 민주노총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은 상복 차림으로 재판을 지켜보던 방씨의 딸 방희원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한 달이 안 돼 또 다른 택시 노동자를 구타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정씨가 석방돼 다시 근로자들을 짓밟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씨는 지난해 3월 1인 시위 중인 방씨를 폭행하고 4월에는 집회 중인 방씨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8월에는 1인 시위 중인 방씨를 화분 등으로 위협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씨에게 근로기준법 위반과 집시법 위반, 모욕,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했다.
이밖에도 소속 근로자 C씨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해 근로기준법 위반 및 상해 혐의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11일 "증거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며 정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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