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중대한 인권침해…146억 위자료 지급하라"

법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 첫 인정
"형제복지원서 강제 수용돼 고통 시간 보낸 원고들께 위로"

박종호(왼쪽부터), 이채식 씨를 비롯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감금·강제노역·암매장 등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145억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한정석)는 21일 오후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하모씨 등 26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청구 금액 203억원 가운데 145억8000만원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피해자 한 명당 최소 8000만원에서 최대 11억2000만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강제 수용돼 그 기간의 고통과 또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내신 원고분들께 위로 말씀을 재판부로써 먼저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12월15일 당시 박정희 정부가 '부랑인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이 적힌 내무부 훈령 410호를 발령해 이를 근거로 운영된 전국 최대 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형제복지원에서는 장애인·고아 등 일반인들을 납치해 불법감금·강제노역·성폭행 등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암매장을 자행하는 등 철저히 은폐됐다.

1987년 3월22일 시설 직원들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마침내 그 실체가 처음 세상에 드러났다. 12년간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3만8000여명에 달하고 밝혀진 사망자 수만 667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에 의한 총체적인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 결정을 바탕으로 법원에 여러 차례 국가 손해배상 소송들을 제기했고, 그 가운데 이날 첫 판결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 측 손해배상 관련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한다"며 "그 법리에 따르면 원고 손해배상 청구권은 10년 또는 5년이라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를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불법행위가 있을 때로부터 35년 장기간이 지났음에도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됐다"며 "그간 경제 상황, 화폐가치가 변해 위자료 산정 기준이 되는 변론 종결 시 불법 행위 당시와 비교하면 상당히 변동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의 형제복지원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서 원고들의 수용 기간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면서 "그 기간 경과로 인해 원고 수용 기간을 확인하는 객관적 증거가 많이 소실된 점 등을 제반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