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음주운전 재물손괴 피해자 원치 않으면 운전자 처벌 못한다"

1·2심 음주사고 가해자 징역 6개월…대법 "'재물손괴' 공소 기각해야"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음주운전으로 차량이 파손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1월 인천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7%로 술에 취한 채 승용차를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요추 염좌 등 약 2주간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자동차 수리비 25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재물손괴·음주운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의무보험 미가입 등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재물손괴 혐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다.

형사소송법 327조 6항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 표시 의사를 철회하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정한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 판결을 앞두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명시된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앞서 다른 음주운전 사건으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인 사실도 참작했다. 제출된 합의서는 '피고인에 유리한 정상'으로만 판단했다.

2심은 원심이 두 음주운전 사건을 동시에 고려해 판결한 잘못이 있다면서도 징역 6개월형은 유지했다. 다만 이때도 피고인과 피해자 간 작성된 합의서는 양형 사유로만 고려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부당하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가 1심 판결 선고 전에 법원에 제출되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를 기각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심 법원에서는 재물손괴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혐의를 가지고 다시 선고해야 한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