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호 첫 법원장 회의…재판 지연 해소·법원장 후보 추천제 논의
조희대 "재판 지연 난제 해소에 법원장이 솔선수범" 당부
행정처, 영상재판 활성화·장애인 사법접근성 해소 방안 보고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재판 지연 해소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진다. 조 대법원장은 회의에 앞서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법원장들이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법원은 15일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법원장 정기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 닷새만이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장이 부의한 안건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전국 법원장들은 일선 법관들의 의견을 모아 회의에서 전달한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사법부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맡은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주신 법원장과 법원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 지연이라는 최대 난제를 풀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하고 법원 구성원 모두 자신의 업무에서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특히 법원장님들이 솔선수범해서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한 사법부의 노력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재판 지연 '난제' 어떻게 풀까…법원장 추천제 개선방안도 논의
회의에서는 사건 당사자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두고 법원장들의 토론이 이뤄진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을 법원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특히 재판 지연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 어떤 의견이 나올지 주목된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원에 소속된 판사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아 법원장을 임명하는 제도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주도로 시행됐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법원장 보임에 수평적·민주적 요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투표제로 인해 법원장의 리더십이 상실돼 신속한 재판을 어렵게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 대법원은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구성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안전한 법원 구현에 대한 논의도 열린다. 지난 8월 청주지법에서 20대 민원인이 형사과 사무실에 근무하는 공무원을 폭행한 사건 이후 대법원이 꾸린 태스크포스(TF)가 구체적 대응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영상재판 활성화·법정통역센터 설치 추진
법원행정처와 양형위원회는 영상재판 활성화 추진에 대한 그동안의 경과와 재판중계 확대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2021년 11월 영상재판을 확대하는 취지의 개정 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같은해 12월 110건에 불과했던 영상재판은 올해 10월 3078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재판중계 확대·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한 재판중계연구반은 올해 2월 최종보고서를 제출했고, 법원방송 구축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과제도 지난달 보고서가 발간됐다.
올해 9월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는 "재판중계 확대는 시범실시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사법접근성 제고를 위해 올해 사법접근센터 8곳, 우선지원창구 33곳을 설치한 데 이어 내년에는 4~5개 법원에 추가로 개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법정수어통역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인증 제도를 마련하고 콘텐츠 개발 사업도 착수했다.
외국인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법정통역센터를 설치해 전국법원에 중계장치를 통해 영상통역을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소규모 법원에서 동일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국인 피의자의 영장실질심사와 같은 긴급 사건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지난 10월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면서 19세미만 피해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영상증인신문을 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동의 여부와 출석장소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절차도 개선했다. 또 온라인 스토킹을 스토킹범죄 유형으로 추가하고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하는 등의 방안도 진행 중이다.
1990년 제정된 가사소송법이 미성년 자녀의 인권보호에 미흡해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친권자·양육권자를 지정할 때 자녀의 진술을 청취하고, 양육비 불이행에 대한 감치 조건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아울러 대법원 산하에 '가정법원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가정법원의 후견·복지 업무를 총괄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가사사건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가정법원 수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지역 간 사법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의료감정제도 개선을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의를 감정인 명단에 등재하고 중장기적으로 법원 소속 감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또 문서감정제도 개선을 위해 직무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숙련도 평가를 도입한 내용도 보고됐다.
이 외에도 지난 10월 소권(소송권) 남용 대응 조치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매뉴얼을 발간·배부한 점, 형사공탁에서의 피해자 권리 행사를 위한 절차 개선 도입 논의도 이뤄졌다. 출생통보제 도입에 따른 시스템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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