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결국 2심으로…형설앤·유족 쌍방 항소

지난 11월 4년 만에 내려진 1심 판결 불복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의 유족이 15일 오후 경기 파주경찰서에서 송정률 검정고무신 4기 애니메이션 감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유족은 만화가들의 불공정한 계약 환경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작가에 대해 송 감독이 극단적인 표현과 허위 내용으로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2023.5.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만화 '검정고무신'의 출판사가 그림작가 고(故) 이우영씨 유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결국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됐다. 유족과 출판사 측 모두 항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출판사와 유족 측은 지난달 1심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부장판사 박찬석)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1심은 장진혁 형설퍼블리싱 대표와 이영일 스토리 작가, 스토리 업체 형설앤 등이 이씨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씨와 출판사가 맺은 기존 저작권 계약이 유효하다고 보고 이씨 측이 장 대표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족 측은 출판사에 손해배상액 740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됐다.

다만, 유족 측 요구를 받아들여 기존 계약은 해지됐다. 계약은 1심 선고 날로부터 해지되며 출판사는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각 계약의 효력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며 "장 대표와 형설앤은 캐릭터에 표시한 창작물 및 관련 포장지, 포장 용기, 선전광고물을 생산, 판매, 반포, 공중송신, 수출, 전시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밖에 이영일 작가의 손해배상 청구를 비롯한 나머지 본소·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유족의 대리인은 소송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약간 중도적 판결 같다. 결과적으로 우리한테 권리가 와 있는 것 같은데 유족으로선 배상 책임이 생겼다"며 "처음부터 계약 무효를 강력히 주장했는데도 받아들여 지지 않아 많이 아쉽다"고 밝히며 항소를 예고한 바 있다.

'검정고무신'은 1990년대 국내 인기 만화로 이씨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스토리를 썼다. 이씨는 생전 자신이 그렸던 검정고무신 캐릭터 사업화를 위해 2008년 장 대표와 그룹 산하에서 캐릭터 사업을 맡았던 형설앤과 세 차례 사업권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이영일 작가도 함께했다.

문제가 된 건 지분 배분 이후 체결된 3차 사업권 설정계약이었다. 이때 설정한 사업권에는 '검정고무신 원저작물 및 그에 파생된 모든 이차적 사업권'이 포함됐다. 그러나 계약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앞선 1·2차 계약서엔 계약기간 5년으로 명시됐었다.

이씨 측은 저작권 일부를 장 대표에게 양도했음에도 이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원작자인 자신이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계약 자체를 무효화해 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출판사 측은 이씨가 '검정고무신 관련 모든 창작 활동은 출판사 동의를 받게 돼 있는다'는 계약서 내용을 어겼다며 2019년 11월 2억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 측도 2020년 7월 맞소송(반소)을 걸었다.

한편 이씨는 이 같은 분쟁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 3월 극단 선택을 했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