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이재용 여전히 피해자라 생각"…자녀 관련 잘못 인정(종합)

헌법재판관 청문회…"사형제 폐지 마땅, 시기 국민적 합의 필요"
"자녀 관용여권 부적절…증여 문제로 국민 박탈감 들 수 있어"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이장호 정재민 김도엽 임세원 기자 =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정농단 피해자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의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 판단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과거 해외 연수에 미성년 자녀들을 동반하면서 관용여권을 발급받은 것에는 "부적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차남에게 증여성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이 있을 수 있다"며 몸을 낮췄다.

정 후보자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협박을 당해 뇌물을 갖다준 피해자라고 생각하냐'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18년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선고 이후 정 후보자가 '친재벌 판결'을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힌 뒤 파기환송심을 거쳐 이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가 저의 결론과 다르게 판단한 것을 인정한다"며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대답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요구형 뇌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판결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 후보자는 2013년 1심에서 무죄를 받은 한 전 총리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한 전 대표가 여러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대부분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등 수사의 적법성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지적하자 정 후보자는 "그때 당시 저는 진술의 신빙성 여부만 생각했다"고 답했다.

청문회에서는 자녀와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가 2003년 연수 프로그램으로 유럽을 방문하면서 당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었던 두 자녀를 동반하고 관용여권을 발급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굳이 관용여권을 발급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발급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아이들 비용은 내가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자녀들의 관용여권은 부적절한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부적절하다"고 인정했다.

아들 증여 의혹도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21년 차남에게 1억7000만원을 빌려주고 연 0.6%의 이율을 책정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서면답변으로 "연이자소득액이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재산가액 간주에서) 제외한다"며 "이자를 받지 않아도 증여세 부과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차용 사실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연 0.6% 이자를 정기적으로 받았다"고 해명했었다.

이날에도 정 후보자는 "자식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는 부모가 있겠느냐"면서도 "제 아들처럼 부모에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에 처하지 않은 국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상대적 박탈감에 젖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사법부 인사 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 후보자는 "검증 업무 자체가 사법부 독립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적으로 행정부(법무부)가 사법부를 검증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대답했다.

민주당이 의석수를 내세워 탄핵소추권을 남발한다는 여당 의원의 지적에는 "의원들이 판단할 때 헌법적 가치에 어긋났다고 생각해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제가 헌법재판관이 되면 탄핵 사건을 담당해야 하므로 구체적 내용까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헌법재판 처리가 지연된다는 지적에는 "연구 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보수도 문제지만 정년이 짧다 보니 충분히 훈련돼야 하는 재판 연구관들이 조기퇴직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사형제에 관한 의견을 묻는 말에는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사형제 폐지가 마땅하지만 중범죄가 횡행하므로 (사형제 폐지) 시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제시카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는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으면 처벌로 끝나야 한다"며 "그 이후에 더 강한 처벌, 실질적인 처벌을 가하는 것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