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용균 사건' 원청 대표 무죄 확정…"약자 기만 판결"(종합)

하청 대표 등 나머지 대부분 유죄…실형은 면해
김용균 모친 "사후 역사가 원청 대표 잘못 판단"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고 관련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닦고 있다. 2023.1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고(故) 김용균씨(당시 24세) 사망 사고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김용균씨 측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는데도 법원이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며 판결을 비판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일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 등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씨는 지난 2018년 12월11일 오전 3시23분쯤 발전소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김 전 대표 등 서부발전 임직원 9명, 백남호 전 대표 등 발전기술 임직원 5명, 원·하청 법인을 업무상과실치사 또는 산업안전보호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도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로 방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머지 서부발전·발전기술 관계자들에게는 유죄를 선고했다. 사고 발생이 예상 가능한데도 업무상 주의의무나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백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벌금형, 금고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에서는 전체적으로 형량이 다소 줄어들거나 유죄 판단이 무죄로 뒤집혔다.

백 전 대표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다. 서부발전 소속 일부 관계자에게는 무죄가 선고됐고 서부발전 법인에 대한 판단도 무죄로 뒤집혔다. 발전기술에는 1심보다 액수가 줄어든 벌금 1200만원이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근로자인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와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누구 한 명의 결정적 과오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 아니므로 개개인 과실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날 대법원은 김 전 대표를 비롯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1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판결 선고 뒤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는 "서부발전이 사람을 죽였다고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했다"며 "오늘 판결은 앞으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은 사업주들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숙씨는 "어떻게 법원이 이토록 약자들에게 기만적일 수가 있냐"며 "지금은 대법원의 부당한 판결 때문에 우리가 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사후 역사는 김병숙 사장이 잘못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균 특조위' 간사였던 권영국 변호사는 "컨베이어벨트 위에는 방호장치도 없었고 2인1조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사고 책임을 작업자 개인에게 돌리려고 하는 행태를 법원이 보호하고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법상 의무를 지키지 않았던 서부발전에 무죄를 선고하고 면죄부를 준 건 법원의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용균씨 사건 이후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공론화됐다. 법안은 2021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