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했다"…송철호·황운하 '유죄' 결정적 이유는

송철호 전 울산시장·황운하 의원, 1심 각각 징역 3년
송철호→청와대→울산경찰, 순차공모해 상대후보 김기현 수사진행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공직선거법위반 등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입장 표명 중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이른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있었음이 인정된 것이다.

법원은 송 전 시장과 청와대, 경찰이 순차적으로 공모한 후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 공무원의 권한을 남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황운하 의원, 1심 실형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 허경무 김정곤)는 29일 공직선거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이었던 황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징역 6개월을 받았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는 선거법 위반 혐의 2년6개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6개월이 선고됐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받았다.

재판부는 "황 의원은 울산시 경찰 사무를 총괄하는 울산경찰청장으로서, 백 전 비서관 등은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으로서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해 감찰 기능 등을 부당하게 이용했다"며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러한 선거 개입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가담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송철호, '김기현 비위' 수사청탁→청와대→울산경찰 순으로 전달

재판부는 선고 이유에서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 황 의원,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이 비리 수사를 청탁해 순차적으로 공모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먼저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경쟁 후보자인 김기현 시장 형제와 측근들의 비위 정보를 수집한 후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을 만나 "김 시장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수사 청탁을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황 의원이 2017년 9월 송 전 시장을 만난뒤 갑자기 김 시장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며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김 시장을 고발한 건설업자를 직접 면담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하는 담당 수사관들을 배제시켰다"고 밝혔다.

송 전 시장 측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 행정관에게 '울산광역시장 비리개요'라는 문건을 송부했다.

민정비서관실은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가 아닌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감찰 권한이 없다. 그러나 문 행정관은 송 전 부시장이 송부한 문건을 보완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범죄 첩보서를 만들어 백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고, 백 전 비서관은 이를 다시 박 전 비서관에게 전달해 수사 진행을 요청했다.

박 전 비서관은 이를 경찰청에 인편으로 이첩했고, 경찰은 김 시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은 송 전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 송 전 시장의 출마 예정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피고인들의 수사청탁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2018년 3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경찰은 김기현 시장의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그해 6월 열린 울산시장 선거에서 김 시장은 재선에 실패했고, 송철호 후보가 당선됐다.

검찰은 2019년 3월 김 전 시장 관련 사건 피의자들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이례적으로 95페이지에 걸친 불기소결정문을 작성했다.

불기소결정문에는 검사가 거듭 수사지휘를 했음에도 울산경찰청이 "입증이 충분하니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겠다"면서 보완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위반 등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송철호·황운하 "1심 결과 인정 못해…항소하겠다"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날 선고 이후 송 전 시장은 "인정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며 "검찰의 편향된 주장만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기소 자체가 잘못됐으며 항소심 재판을 통해 진상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 의원 역시 "송 전 시장의 청탁을 받거나,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김기현 측근을 표명 수사한 사실이 없다"며 "부패 혐의에 대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통상적인 절차에 의해 적법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다시 한 번 혐의를 부인했다.

백 전 비서관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에 질문에 "나중에"라고 짧게 답하고 자리를 피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