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객실서 '원인불명' 불 났는데…손님에 책임 물은 보험사
보험사 "투숙객, 임차물 반환 의무 있어" 구상금 청구
대법, "숙박계약, 임대차계약과 달라…숙박업자 책임"
- 박승주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숙박업소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면 손해에 대한 책임은 투숙객이 아닌 숙박업자에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보험사가 B씨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2021년 4월 인천의 한 모텔 객실에서 불이 나 객실 내부가 심하게 훼손되고 내부 집기가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객실에는 B씨가 묵고 있었다. 소방과 경찰이 조사를 벌였지만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소방당국은 "B씨가 화재 발생 전 음주와 흡연을 했고 바닥에서 소주병과 담배꽁초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봐 부주의를 추정할 수 있다"면서도 "바닥재가 대체로 양호하고 담배꽁초 발견 위치와 발화 지점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모텔 주인은 사건 발생 1년 전 A보험사와 모텔 건물의 재물 보장 관련 보험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이에 현대해상은 화재로 인한 보험금 약 5800만원을 모텔 주인에게 지급한 뒤 B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보험사 측은 "B씨는 모텔의 객실을 임차한 임차인으로서 임차목적물 반환 의무가 있다"며 "투숙객이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도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차인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숙박업자가 투숙객 보호의무 불이행에 관해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쟁점은 임차목적물에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 관련 법리가 숙박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원고 패소로 판결한 결론이 정당하다고 봤다.
우선 숙박계약은 숙박업자가 투숙객에게 객실을 제공해 이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투숙객은 그 사용 대가를 지급하므로 임대차계약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숙박계약은 통상의 임대차계약과는 다른 여러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임대차 관련 법리의 적용 여부와 범위는 숙박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객실을 비롯한 숙박시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기간 중에도 투숙객이 아닌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은 "투숙객이 숙박계약에 따라 객실을 사용하던 중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인해 객실에 발생한 손해는 숙박업자의 부담으로 귀속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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