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일본 상대 손배소 2심 승소…"국가 면제 인정 안돼"(종합)
1심 '국가면제 인정' 각하→2심 "국제법 흐름 반영해야"
2심 "위안부 동원에 불법 인정돼…피고 항변도 없었다"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구회근 황성미 허익수)는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지연손해금을 제외한 원고의 청구 금액을 대부분 인정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위자료 인정 금액은 피해자 별 2억원이다.
2심의 쟁점은 국제 관습법상 피고(일본)에 대한 국가면제(주권면제) 인정 여부였다.
1심은 다른 나라인 일본을 상대로 그 주권적 행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국제 관습법과 대법원 법리에 따라 허용될 수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이와 달리 항소심은 일본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제 관습법에 관한 국가 실행과 법적 확신을 탐구하려면 국제 관습법의 변화 방향과 흐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그 법정지국 국민에게 발생한 불법행위에서는 주권적 행위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제 관습법이 존재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5차 변론기일에 국제법상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피해자 측은 "1심 판결은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10년간 각국은 ICJ의 판결 법리를 지지하지 않았으며 국제인권법 또는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행위에는 주권면제를 제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국제 재판 관할권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본이 당시 점령 중이던 한반도에서 피해자 등을 납치·기망·유인해 위안부 생활을 강요한 행위를 불법 행위로 구성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라면서 "원고 대부분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국내 민법을 근거로 일본에 책임을 묻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은 사건의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여부 및 그 범위도 모두 일본에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일본은 전쟁 중 군인의 사기 진작을 목적으로 위안부를 설치·운영하고 피해자들을 강제 동원했다"며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자유조차 억압당한 채 매일 수십명의 피고 군인들로부터 원치 않은 성행위를 강요 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의 행위는 대한민국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피해자에게 지급할 위자료가 1인당 2억원을 초과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헤이그 송달협약에 따라 항변 사항에 해당하는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 등에 대해 피고가 변론하지 않아 쟁점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용수 할머니는 재판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도 내가 모시고 감사를 드립니다"라며 기뻐했다.
법원은 앞서 2021년 1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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