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인득 방화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에 4억원 배상해야"

어머니와 딸 잃은 A씨 부부, 국가 상대 손배소
재판부 "경찰, 안인득 행정입원 조치했어야…예방 가능성 있었다"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이달 17일 오전 4시 30분께 발생한 방화·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40대 남성 안인득(43)씨가 19일 오후 진주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2019.4.1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국가가 이른바 '안인득 방화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총 4억여원을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부장판사 박사랑 정희림 홍인)는 15일 A씨 부부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로 어머니와 딸을 잃은 A씨에게 국가가 1억7800여만원, A씨의 부인 B씨에게 1억65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의 형제들에게는 각 2700여만원, 3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112신고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은 정신질환이 있고 자·타해 위험성이 의심되는 대상자에게 행정입원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과거 여러 차례 신고 당시 경찰은 안인득의 언행 등을 기초로 위험성을 의심할 여지가 충분했음에도 행정입원 관련 조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했더라면 안인득에 대한 전문가 진단과 치료적 개입이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높고, 그에 따라 정신질환이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수개월의 치료를 거쳐 퇴원할 무렵에는 위험성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범행과 같은 치명적 결과를 불러오는 범죄를 예방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 소속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은 피해자들의 사망 및 B씨의 상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경찰관의 주의의무 위반 경위, 위반행위, 결과 예견·방지 가능성 등을 종합해 국가의 책임 비율을 손해의 40%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2019년 4월17일 진주시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사건 당시 64세였던 A씨의 어머니와 11살이었던 A씨의 딸이 사망했고, 딸을 지키려던 B씨도 흉기에 찔려 상해를 입었다.

그는 범행 이전인 2010년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행인에게 칼을 휘둘러 형사처벌을 받았다. 같은해 공주치료감호소에 입소할 당시 조현병 판정을 받았으나 2016년부터 치료가 중단돼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또다시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주민들에게 오물 투척과 욕설, 폭력을 일삼았다.

주민들은 8번이나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출동 후 얌전해진 안씨의 말만 듣고 그대로 복귀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