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4전 4패' 성적표 받아든 공수처…내부서도 '새 리더십' 목소리
'김학의 부실수사'도 끝내 불기소…'검찰 견제' 존재 이유 증명 실패
"수사 방향 그릴 수 있는" 수장 필요…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가동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한계점으로 지적된 수사력·존재감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고난의 한 주를 보냈다.
출범 후 4번째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또 기각됐고, 세간의 기대를 받아온 '김학의 부실수사' 사건은 결국 재판에 넘기지 않고 막을 내렸다.
공수처 주력 사건인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까지 답보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국회는 '새 리더십' 찾기에 돌입했다.
◇ 출범 후 구속영장 '4전 4패' 불명예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10억원대 뇌물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 8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뇌물 액수 산정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사실상 '수사 부족'을 지적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2021년 3월 내부 감찰에서 적발해 같은해 10월 수사를 요청했다. 공수처가 2년 가까이 수사에 공을 들여온 사건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성과 부족으로 질타를 받은 후 공수처가 꺼낸 첫 번째 카드였던 터라 이번 구속영장 기각이 더 뼈 아프다.
지난 10일 국회에선 "처장님 말씀대로 5번째 영장은 시기를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는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의 문자 메시지 내용이 포착되기도 했다.
◇ 김학의 부실수사 사건도 끝내 '불기소'
공수처가 존재감을 보여줄 사건으로 기대를 모아온 '김학의 부실수사' 의혹도 지난 8일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공수처는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1차 수사 당시 인력이 부족했고 핵심 증인이 혐의를 부인해 범죄를 명확히 알기 어려웠으리라 판단했다.
물론 공수처는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강조했지만 '검찰 견제'라는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사건 고발인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공수처가 이 사건으로 위상을 확실하게 정립하길 기대했으나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도 제자리걸음
또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수사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공수처의 4차례 출석 요청에 한 달째 응하지 않고 있지만 무기력한 모습이다.
공수처는 4차 소환 요청을 '사실상 마지막'으로 보고 체포영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기각 시 역풍을 우려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피의자들 조차도 수사기관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학의 부실수사'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검사 3명 중 현직 검사 2명도 공수처의 출석 요구와 서면 조사 모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내부에서도 '새 리더십' 목소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수처 내부에서도 수사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후문이다.
공수처 내부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후배 검사들을 가르치면서 수사 방향과 그림을 다 그릴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회는 내년 1월 20일 임기가 끝나는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후임을 찾기 위해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본격 가동했다.
일각에선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부터 여야 위원들의 대립으로 공백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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