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퇴직자의 '쓴소리'…"능력 걸출한 수장 와도 제 역할 못할 것"

"처·차장 무경험 문제 틀린말 아니겠지만 제도적 한계 명백"
"공수처, 사실상 '직권남용조사처'…법·제도부터 정비해야"

2023.6.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위수사처(공수처)장의 후임 인선이 본격화한 가운데 "능력이 걸출한 수장이 나타나더라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는다면 새 수장이 오더라도 지금의 '수사력'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공수처 부장검사를 지내다가 사직한 '공수처 1기' 예상균(47·사법연수원 30기)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변호사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비전 입법정책 콘퍼런스'에서 "공수처가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해 반성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휘부인 처·자장이나 구성원들의 무능 및 무경험 문제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제도적인 문제를 구성원의 잘못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예 변호사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 및 범위가 '매우 넓고도 좁은 이상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모든 고위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사건은 직권남용 정도에 불과하다며, 공수처의 이름을 '직권남용조사처'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자기 경험에 빗대어 "실제로 공수처에서 수사하다 보면 이 사람은 수사 대상이 아니고, 이 죄명은 수사 범위가 아니고, 이 사건은 공소 제기 권한이 없는 등의 문제로 수사 동력을 잃게 되는 일이 다반사"라고 토로했다.

실제 공수처법은 법으로 정한 수사 대상과 범죄만 수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고위공직자 비리는 통상 여러 관계자가 얽힌 형태로 나타나는 데 수사상 제약이 심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한계점이 지적돼 왔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공수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예 변호사는 그럼에도 공수처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수처를 사형제에 빗대 설명하면서 "오랫동안 시행되지 않은 사형제도에 대한 범죄 억제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처럼 공수처는 적어도 타 국기 기관의 권한 남용에 대한 잠재적인 억제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수처가 작은 규모의 조직으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며 △공수처 수사 대상 및 범위 △공수처 구성원의 적정 인원 및 임기 △검찰 및 경찰로부터의 수사 인력 파견 문제 △ 타 수사기관과의 협력 관계 등이 정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 변호사는 공수처 부장검사 재직 당시에도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공수처가 특별검사(특검)에 준하는 권한과 인력으로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3일 여야 추천 인사 4명을 포함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7인의 구성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에 따라 추천위가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다만 공수처가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해 '폐지론'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인선 작업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처장의 임기 만료는 다음해 1월20일이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