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독립기관' 설립해 진상규명"…유엔 자유권위, 정부에 권고

"명예훼손 비범죄화 ·국보법 7조 개정 및 폐지 고려…차별금지법 제정"
정부" 이태원참사 종합대책 마련…사형제·국보법 유지" 입장 전달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0.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관을 설치하고 책임자를 사법 절차에 맞춰 처리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법무부는 전날(3일) 오후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한국의 제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관을 설립하고 책임자를 사법 처리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적절한 배상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사형제를 폐지하고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 또는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적행위를 찬양·고무하거나 이적표현물을 소지·유포할 수 없도록 한 국가보안법 제7조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보장하고, 조사·임시보호 과정에서 사법 접근성을 보장하는 등 탈북자 관련 절차를 법률에 명문화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범죄 근절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라고 했다.

여성 대상 범죄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신경우 법무부 보안단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0.10.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2020년 도입된 대체복무제도는 환영하면서도 대체복무 기간을 축소하고 복무 장소를 확대하라고 했다. 현재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 육군병(18개월)보다 두 배 긴 36개월이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환영하고 모든 근로자에 대한 노동조합 가입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쟁의 행위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평화적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관련 조항 개정을 고려하라고 권했다.

위원회는 차별금지 및 혐오표현·범죄 근절, 평화적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에 대하여는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참사 직후부터 경찰·검찰, 국회의 국정조사 등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가 이루어졌고, 피해자 지원단을 출범하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범부처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65개의 재발방지 대책이 포함된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점검하고 있다"고 심의 과정에서 밝혔다.

명예훼손의 비범죄화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는지 여부, 강력한 민사 제재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구비 여부 등을 고려하여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전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한반도의 안보 위협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합법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소명했다.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지만 유지하려는 입장"이라는 뜻을, 집회의 자유를 두고는 "공공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예외적 허용 규정을 두어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질서가 조화되도록 하고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법무부는 "위원회는 인신매매방지법 제정,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노동조합법 개정,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대체복무제도 도입 등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1990년 자유권 규약을 비준하면서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아온 한국 정부는 지난 2015년에 이어 8년 만에 평가를 받았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