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소송 노쇼' 권경애 조정 또 불출석…유족과 결국 합의 안 돼

법원 강제조정 검토…양측 거부하면 정식재판 시작
유족 측 "30쪽 분량 답변서 변명에 불과…기가 막힌다"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저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권경애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가 고 박주원양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두번째 조정기일에도 불출석했다. 유족과의 조정은 일단 결렬됐다. 법원은 강제 조정 결정을 검토 중이다.

유족 측은 최근 권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한 재판 불출석 관련 사실관계에 대한 답변서가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17일 서울중앙지법 7상임 조정위원의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 두번째 조정기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권 변호사는 지난달 12일 열린 첫 조정기일에도 불참했다.

'조국흑서' 저자인 권 변호사는 2016년부터 주원양의 모친 이기철씨가 서울시교육감과 가해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변호인을 맡았다.

권 변호사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2심에 세 차례 불출석해 원고 패소 판결을 받고도 5개월간 유족에게 패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심 소송 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을 지정해 신청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

유족 측은 지난 4월 권 변호사의 불법행위와 법무법인 구성원의 연대책임을 지적하며 2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이날 딸의 영정사진을 들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씨는 최근 권 변호사가 법원에 사실관계를 해명하는 답변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권 변호사는 답변서에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의 범위는 원고로부터 받은 수임료 총 900만원에 대해 과실을 따져야 한다"며 "정신적 위자료와 관련해서도 피고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언론에 공표하므로써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점을 고려돼 판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답변서 내용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변호사협회에 제출한 경위서를 포함해 총 30쪽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조목조목 따져 변명했다"며 "권 변호사의 변명에 기가 막히고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조정을 끝낸 이씨는 기자들에게 "손해배상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권 변호사는 지금까지 사과도 없고, 변협의 징계위도 불출석 해 괘씸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소송 당사자가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 조정이 성립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이날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원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의 강제 조정 절차를 당사자 중 한쪽이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다시 재판이 열린다.

이날 유족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서 어떤 조정 조건을 제시할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며 "권 변호사 측도 (재판부가) 적정한 안을 제시해주면 받아들일거 같은 느낌이긴 하다"고 말했다.

한편 권 변호사는 소송과 별개로 지난 6월19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징계위원회에서 변호사법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정직 1년 징계 처분을 받았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