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백번 압색, 모멸감" vs 검찰 "재선 목적 범죄"(종합)

이재명 대장동·위례 첫 재판…영장 기각 후 첫 출석
"정진상 한번 안아주고 싶다"…법정서 이례적 포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판에 처음으로 출석해 "수사는 제가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을 목적으로 민간사업자와 유착했다며 "개발사업 비밀을 공유해 이득을 취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출석은 백현동·대북송금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첫 외부 일정으로 올해 3월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으로 불구속기소된 지 6개월여만이다.

◇ 이재명 영장 기각 후 첫 법정 출석…"살아있는 한 수사 계속"

이 대표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배임·뇌물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해 "저에 대한 수사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며 "검사 수십명이 투입돼 수백번 압수수색을 하고 지금도 또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재판이 끝날 무렵 발언 기회를 얻은 이 대표는 "대장동 배임죄나 (공무상) 비밀을 이용했다고 기소됐는데 상식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민간사업자(대장동 일당)들은 제가 혐오해 마지않는 부동산 투기세력이고 이들이 성남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게 저의 중요한 내심 목표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일당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유착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민간개발·환지사업·대장동결합개발 등의 민간업자의 요구를 성남시 차원에서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녹취록을 보면 제가 자기들(대장동 일당)을 미워해 숨어 있었다고 말한다"며 "검찰이 기록을 가지고 있으면서 (민간과) 유착됐다고 하는데 모멸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는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은 씨알도 안 먹힌다"고 말하는 등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자신들을 멀리한다는 취지로 수차례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발언을 끝낼 무렵 "법정 안에서라도 정진상(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한 번 안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 재판이 끝난 직후 정 전 실장의 어깨를 두드린 뒤 포옹하고 한 차례 악수했다.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실장은 지난 4월 사건 관련자들과의 연락 금지 등을 조건으로 보석 석방됐으며 대장동·위례 사건에는 이 대표와 같은 혐의로 기소돼 이날 재판에 출석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위례사업 치적 만들려" vs "야당 대표 말살 의도"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민간과 유착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는 취지의 공소요지를 밝혔다.

검찰은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을 두고 "공직자인 피고인이 남욱 등을 위례사업자로 내정하면서 개발사업 비밀을 공유하도록 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재선을 앞둔 시점에 유동규를 통해 은밀히 위례사업 추진을 지시했다"며 "선거용 치적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남욱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받고 내정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욱 등은 시행자가 선정되자 호반건설을 통해 선거 비자금을 조성했는데 이 자금을 수수한 정진상, 김용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선거 전날인 6월3일에는 상대 후보 허위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며 "시행자를 공모 이전에 내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지시와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축약해달라는 재판부 요청에 대장동 개발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에 대한 언급은 다음 기일로 미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야당 대표이자 현 대통령과 대선에서 경합했던 정치인을 말살 내지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공소 제기"라며 공소 기각을 주장했다.

변호인은 350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이는 관련 없는 사실을 공소장에 담아 피고인들의 혐의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앞서 공소장일본주의를 주장한 이 대표 측 의견을 받아들여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에 동의했다. 재판부는 이를 최종 허가했다.

◇ 이재명 건강 우려에 재판 일정 공방…1시간30분만에 끝나

이날 재판은 이 대표의 건강 우려로 1시간30분여만에 끝났지만 양측은 재판 일정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은 이 대표의 단식과 영장실질심사에 따른 후유증을 호소하며 조기 종결을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언급하며 재판 필요성을 주장했다.

17일 열릴 두번째 재판에서 검찰은 대장동·성남FC 의혹에 대한 공소사실 프레젠테이션(PPT)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측은 반박의견을 펼친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