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에 제수당 미지급 차별 대우 아냐"(종합)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들 "공무원에 지급하는 수당달라" 소송
1,2심 "채용절차, 업무범위 달라…비교대상 아냐" 원고패소 판결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 공무원과 달리 정근수당과 성과상여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이 아니므로 다르게 처우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1일 김모씨 등 6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도관리원들 "공무원과 같은 업무 담당"…수당 등 청구 소송내
국도관리원인 김씨 등은 국토교통부 소속인 각 지방국토관리청과 무기계약을 체결하고 도로의 유지보수와 과적차량 단속을 담당했다.
국가는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에게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수당, 출장여비 등을 지급했지만, 무기계약직인 김씨 등에게는 이같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김씨 등은 "공무원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라며 2014년 6월 미지급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심 "채용형태, 업무범위 달라" 원고패소 판결→대법, 전합 회부
1심 재판부는 "운전직 공무원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공개경쟁채용시험 절차를 거쳐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반면, 무기계약직은 면접시험을 통과하면 채용될 수 있어 채용형태와 절차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또 "운전직 공무원의 주요 업무는 일반국도의 유지·보수에 동원되는 차량 및 장비의 운전·유지관리 등이고 원고들의 업무는 관할 도로의 유지·보수 업무 등으로 업무 범위가 확연히 구분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며 "원고들과 비교 대상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원들과 원고들을 달리 처우하는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 지위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이 원고들의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지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과 비교하여 원고들에게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처우를 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대법 "공무원과 동일한 근로집단 아냐" 상고기각…5명 반대의견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청렴의무, 종교중립의 의무 등 여러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며, 정치운동이나 집단행위도 금지되는 등 일반 근로자보다 무거운 책임과 윤리성을 요구받는다"며 "공무원의 보수 등 근로조건은 법령으로 정해지고 노동3권 행사 역시 법률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근로의 대가라는 성격 외에도 안정적인 직업공무원제도 유지를 위한 정책 목적을 가지고,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인 원고들은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 없다"며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해서 같은 처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가족수당, 성과상여금 등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김씨 등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국가가 원고들에게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수당에 상당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민 대법관 등은 "특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비교대상 공무원의 특수성보다 근로의 내용이나 가치의 관련된 요소가 더 중요하게 참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수당은 공무원의 종류, 직급, 업무의 내용과 관계없이 오로지 부양가족의 존재와 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원고들에게만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성과상여금은 근무성적, 실적 등이 우수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급여 항목인데 원고들에게 업무실적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을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해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대법원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지목한 차별 사안에 관한 판단이고,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정규직, 무기계약직 등)를 비교대상으로 하여 차별을 주장하는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며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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