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때 재난안전과장 태운 택시기사 증언…"'원위치' 요청"

"길 막혀 원래 위치로 가달라고 요청"…재판 출석해 증언
"핼러윈 안전관리계획 세운 전례 없어…코로나 관련 회의만"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

이태원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보석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월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7.1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구 재난안전과장이 술자리에서 참사 발생 사실을 알고 택시를 타고 구청으로 가던 중 길이 막혀 차를 돌렸다는 진술이 나왔다.

택시 기사 신모씨는 28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신씨는 "국방부컨벤션 웨딩홀 앞에서 10분 정도 지체하니까 (최 전 과장이) 탔던 원위치로 가달라고 요청했다"며 녹사평역으로 가기 전에 유턴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최 전 과장을 당시 오후 11시36분쯤 용산구 청파동 한 교회 인근에서 태웠다고 진술했다. 또 최 전 과장이 "술이 좀 취해 있었다"면서도 의사소통이나 결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기소한 최 전 과장의 직무유기 혐의와 일치하는 진술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과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25분쯤 당시 용산구 안전재난과 주무관이었던 김모씨로부터 "이태원에 사고가 난 거 같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등의 전화를 받고 참사 사실을 인지했다.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최 과장은 "지금 나가는 거지", "나도 나간다" 등의 대답을 했다. 그러나 이후 차를 돌려 귀가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세 차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 과장은 안전 부서의 주요 책임자로 사전 및 사후 조치에 미흡해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으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핼러윈데이로 용산구가 안전관리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는 진술도 나왔다. 2021년 핼러윈 직전 진행된 민관합동회의 역시 코로나19 대책 관련이었지 '압사 사고' 등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안전재난과 주무관 김씨는 검찰 측이 핼러윈데이 관련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박 구청장 측 변호인이 이를 재차 묻자 "(사건 당시엔)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또 참사 이전인 2020년, 2021년에 열린 민관 합동 연석회의도 코로나19 확산 관련 회의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 구청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진술이다. 박 구청장은 재판 과정에서 핼러윈데이는 주최가 없는 행사로 재난안전법상 관리 책임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데이 안전사고에 대비한 예방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 당일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구청장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1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