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미동의자에 "집 팔라" 소송…소유주 모두 참가해야 할까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중 원고 1명 소 취하…피고 "위법"
대법 "매도청구권 행사, 반드시 모두 함께할 필요 없어"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재건축을 결의한 주택 소유주들이 재건축에 반대하는 소유주에게 집을 팔라고 요구할 때 반드시 전원이 공동으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강모씨 등 8명이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소송은 서울 노원구에 있는 다세대주택(9세대)의 재건축 문제에서 시작했다.

강씨 등 8명과 A씨는 각 세대를 소유한 구분소유자였는데 2018년 6월 관리단집회를 열고 재건축을 결정했다. 9세대 전원 찬성으로 재건축이 결의됐다.

그런데 A씨는 다세대주택 102호를 단독으로 갖고 있다가 이씨에게 지분 29%의 소유권을 이전등기해준 상태였다. 102호를 두 사람이 공동소유한 것이다.

이후 강씨와 A씨 등은 이씨에게 재건축 참가 여부를 물었지만 이씨는 2개월이 지나도록 회신하지 않았다. 이에 강씨 등 9명은 "이씨 소유 지분을 9분의1씩 이전하고 주택을 인도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집합건물법 48조에 따르면 재건축 결의가 이뤄지면 결의에 찬성하지 않은 구분소유자에게 재건축 참가 여부를 물어야 한다. 2개월 이내에 회신이 없으면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을 시가로 매도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씨가 원고들로부터 3400여만원을 받는 동시에 소유 지분을 9분의 1씩 이전하고 주택을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2심에서는 자기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A씨가 소를 취하했다. 이에 강씨 등 8명은 이씨 소유 지분을 8분의 1씩 이전해달라는 것으로 청구 취지를 바꿨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씨는 A씨의 소 취하를 문제삼으며 상고했다. 이씨는 소송이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라고 주장했다.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은 관계자 전원이 재판 당사자가 되지 않으면 당사자적격이 상실돼 소송이 부적법하게 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집합건물법은 재건축에 참가하는 각 구분소유자의 매도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는 구분소유자를 구분소유관계에서 배제하면서 구분소유자 전원이 재건축에 참가하는 상태를 형성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도청구권은 매도청구권자 각자에게 귀속되고 각 매도청구권자는 이를 단독으로 행사하거나 여러 명 또는 전원이 함께 행사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매도청구권자 모두가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는 구분소유자의 구분소유권 등에 관해 반드시 공동으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매도청구권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을 구하는 소송도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