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박희영 구청장, 보석 석방 후 첫 재판…유족 반발(종합)
용산구 행정지원과장 증인신문…"박희영, 간부회의 초반 떠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 법정서 박 구청장 향해 "애 살려내라" 고성
- 서상혁 기자,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이비슬 기자 =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보석 후 첫 재판이 열렸다. 방청석에 앉은 유가족이 박 구청장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면서 법정이 술렁이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26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재판을 열었다.
지난 7일 보석 석방된 박 구청장은 이날 처음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는 참사 당일 경보 발령, 대응요원 현장출동 지시, 교통 통제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1월20일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용산구청 행정지원과장인 김모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7일 용산구청에서 개최된 '핼러윈 데이 긴급 대책 회의'에서 지시 받은 사항에 대해 "당시 간부들 토론 과정에서 '맑은행정과'서 소음 민원으로 인해 당직실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기존 5명에 3명을 추가 근무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며 "당시 회의를 주재한 부구청장의 구체적 지시사항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참사 나흘 전 열렸던 확대간부회의 당시 박 구청장이 표창장 수여 후 회의장소를 떠났는지 묻는 검찰 측 질의엔 "아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유가족들은 재판 전후 박 구청장을 향한 규탄을 이어갔다. 재판 시작 전 법정에서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박 구청장에게 "살인죄다", "구청장 일을 볼 자격도 없다", "애를 살려내라"며 고성을 질렀다.
재판이 끝난 후엔 법정을 나서려는 박 구청장을 향해 달려들다 방호과 직원에 의해 제지됐다.
유가족은 이날 오전에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릴레이 행진 중인 유가족 약 50명이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구청장의 보석 석방을 비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앞으로도 구청장으로서 지위와 혜택을 모두 누리고 황제 재판을 받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며 "박 구청장은 즉각 사퇴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사건 당시 재난안전상황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부분을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보고 있다"며 "유족 측에서 재판이 지연된다고 지적하고 있어,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7월17일 오전 10시 열린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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