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출마 권유 많아 국가 위한 일 생각…朴 '만나겠다' 전언"

레이저 눈빛? 나쁜 사람 몰려는 프레임
옥중 '안동역에서' 흥얼대며 마음 달래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의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6년 11월 7일 새벽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당시 우 수석의 날카로운 눈빛에 대해 '레이저 눈빛'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 News1 DB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우병우(57)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신에게 붙여진 '레이저 눈빛'이라는 표현에 대해 무척 억울해 했다.

20살에 사법시험에 합격 '소년 급제' 대명사로 불렸던 그였지만 '박근혜 국정농단' 휘오리 한복판에 휘말려 384일 옥살이를 하는 동안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부르며 마음을 달랬다고 했다.

지난해 연말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변호사 자격 회복은 물론이고 피선거권(출마)까지 갖게 된 그는 주변에서 22대 총선에 나서라는 권유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는 우 전 수석이 9일 중앙일보와 나눈 인터뷰의 주요 대목이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을 통해 불법사찰을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돼 2018년 12월 22일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2019년 1월 3일 구속만료로 384일간 옥살이를 끝낸 그는 2021년 2월 4일 2심에서 징역 1년으로 감형받은 뒤 같은해 9월 16일 징역 1년형을 확정받았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11월 검찰 출석 때 '레이저 눈빛'을 쏜 일에 대해 "언론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라며 "'네 눈빛은 좀 기분 나쁜 눈빛'이라니 좀 그렇다"고 불편해 했다.

이어 "돈을 받아먹었다든지, 누구를 어떻게 했다든지 그런 것 없이 '레이저 눈빛 쏘니까 나쁜 놈이다'라고 공격하는 건 하나의 정치적인 프레임(틀)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몰기 위한 틀이었다고 판단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22대 총선 출마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출마지는 고향인 경북 영주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출마하라는 전화도 많이 온다"며 권유가 많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보다는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라는 선에서 확답을 피했다.

출소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적 있느냐는 물음에 우 전 수석은 "'아직 건강이 안 좋으니 회복되면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분들을 만나겠다'라는 전언이 있었다"며 만나진 못했다고 했다.

특수통을 중심으로 검찰내 '우병우 사단'이 형성됐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그것도 언론에서 만든 용어"라며 우병우 사단 자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조차도 우병우 사단이 누군지 모른다. 어떤 후배가 '제가 이번에 우병우 사단이라고 지목당해서 불이익받았다'고 하면 '아, 너도 우병우 사단이구나' 그랬다"며 어이없어했다.

우 전 수석은 2017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구치소에 있으면서 "스피커에서 자주 나오는 진성의 트로트곡 '안동역에서'를 듣고 흥얼대며 마음을 달랬다"고 했다.

경북 영주고를 졸업한 우 전 수석은 1983년 말 서울법대 입학시험을 치려고 서울로 올라갈 때 안동역을 거쳤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