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몰, 시각장애인 일부 차별…고의·과실은 아냐"(종합)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화면낭독'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다만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0만원 배상은 취소됐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김인겸 이양희 김규동)는 8일 시각장애인 임모씨 등 963명이 SSG닷컴, G마켓,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이 동등한 수준으로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기 위해선 사진 정보에 대체 텍스트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며 "그런데도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낭독기를 제공하라고 명령하면서도 10만원씩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은 취소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장애인과 장애인 아닌 사람이 동등하게 전자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규정할 뿐 구체적 방법은 명시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접근성 보장을 위한 기준에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선례나 학설, 판례도 없다"며 "온라인쇼핑몰들은 2013년부터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하더라도 차별행위를 고의나 과실로 보기 어려워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각장애인 측은 "상고하겠다"며 불복 의사를 드러냈다.

소송 대리를 맡은 김재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1심이 1년에 1만원도 되지 않는 명목상 금액을 인정했지만 2심은 그마저도 기각했다"며 "소송지연행위를 조장하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앞서 2017년 9월 "온라인쇼핑몰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전자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1인당 200만원씩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쇼핑몰 측은 "수많은 상품에 텍스트가 제대로 입력돼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모든 상품의 대체 텍스트 입력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된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시각장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원고에게 각 1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온라인쇼핑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낭독기로 상품 정보 등을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