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 "헌금 100만원 돌려줘"…종교단체 '묻지마 살인' 왜?
법원 "죄질과 범정 극히 나빠"…징역 30년 확정
신도 한 명 살해하고, 2명에게 상해 입힌 혐의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살인예비죄로 징역형을 살고 출소한 남성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종교 단체에 들어갔지만, 몇 달만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헌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6년 2월 출소한 A씨. 같은해 7월 그는 B 종교단체 신도인 C씨의 전도활동을 통해서 B종교를 처음 알게 됐다. A씨는 서울 구로구 소재의 B 종교단체 예배당을 가게됐고, B 종교단체 신도들은 A씨를 반겼다. 이들은 A씨에게 "소외되어 보인다", "불쌍하다"고 말하며 A씨를 살뜰히 챙겼다.
기댈 곳이 없던 A씨는 예배당에 자주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B 종교단체 신도들은 A씨에게 "(일이 잘 풀리려면 신에게) 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100만원 정도의 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선뜻 10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제사를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A씨의 일상에는 달리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A씨가 앓고 있던 조현병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결국 A씨는 B 종교단체에 헌금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B 종교단체는 이를 거절했고, A씨는 이에 앙심을 품게 됐다.
A씨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점점 커져만 갔고, 결국 B 종교단체 신도들을 모두 죽이기로 마음을 먹기에 이르렀다.
같은해 11월17일 낮 12시쯤 A씨는 흉기를 소지한 채 B 종교단체 예배당을 찾았다. 그는 출입구 앞에서 마주친 신도 D씨의 복부 등을 흉기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또 이를 보고 놀라 도망가던 신도 E씨와 A씨를 말리는 신도 F씨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결국 A씨는 F씨에 의해 흉기를 빼앗겨 범행을 멈추게 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이른바 '묻지마 살인'으로서 사회 공동체 전반에 커다란 불안감을 준다는 점에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수법에 비추어 보면 죄질과 범정이 극히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누범기간 중임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조현병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법원은 A씨에게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치료감호도 함께 명령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지만, 2심도 1심이 옳다고 봤다. 이후 판결은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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