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 "이혼해" 한마디에 두 아내 살해한 남편
재결합 거절한 전부인 살해해 무기징역…17년만에 가석방
"이제는 남이다" 발언에 격분해 두 번째 아내도 살해…징역 30년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가석방으로 출소하자 같은 이유로 또다시 살인을 저지른 남성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1989년 3월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A씨. 17년 전 그는 전 부인이 이혼을 요구하자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그는 같은 교도소 재소자 B씨로부터 B씨의 누나 C씨를 소개받았고, 둘은 같은해 결혼식을 올렸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둘은 수십년간 부부로 잘 지내왔다.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C씨와 A씨는 둘 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총 100만원의 수급비로 살림을 꾸려갔다..
부부는 빠듯한 살림에도 절약해 받은 수급비 중 1억원 정도를 저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C씨는 노후 자금 명목으로 그중 3000만원을 따로 보관하고 있었고, 이 사실은 A씨를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부사이는 어느 순간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A씨가 앓아오던 우울증, 불면증, 대인기피증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기분이 안 좋을 때면 C씨에게 시비를 걸었고, C씨 또한 "이혼을 하자"며 화를 냈다.
2014년 10월. 결국 부부는 별거에 들어갔다. A씨는 부부가 함께 모은 1억원 중 5900만원을 가지고 전라남도 여수로 내려갔다.
그러던 중 A씨는 C씨가 노후자금으로 3000만원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C씨에게 3000만원을 나눠야 한다며 화를 냈고, 곧바로 부부가 원래 거주하던 집으로 돌아갔다.
A씨와 C씨는 안방에서 3000만원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A씨는 C씨가 이혼을 결심하고 3000만원을 빼돌렸다고 캐물었고, 부부는 언성을 높이게 됐다. C씨 또한 화가나 "이제 남이 된 마당에 (무엇을 그렇게 신경쓰느냐)"라며 혼인관계가 끝났음을 알렸다.
C씨가 이혼을 결심했다는 사실에 격분한 A씨는 C씨의 얼굴, 복부, 흉부를 수차례 때렸다. 무자비한 폭행은 7분간 이어졌고, 결국 C씨는 다발성 손상 등으로 그자리에서 사망했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C씨의 사체가 발견되면, 범죄도 탄로날까 두려웠다. 그는 C씨의 시신을 차량 뒷좌석에 싣고 2시간을 달려 전남 해남군 인근 동백나무 밑에 유기했다
1심은 "피고인의 범행 수법, 동기, 범행 후 정황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죄질은 매우 불량하고 반인륜적이다"며 "피해자의 유족들이 겪은 상실감, 정신적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자의 유족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1심이 옳다고 봤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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