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당선거서 금품제공 형사처벌"…송영길, 22년전 법안 공동발의
당선거 표매수 형사처벌 규정 없던 2001년에 개정안 공동발의
개입의혹 확인되면 '본인발의 법안, 본인이 무시' 비판 불가피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선거에서 당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정당법에는 당대표 등 선거에서 표 매수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규정이 없었다. 송 전 대표가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본인이 발의에 참여한 법안을 본인 스스로가 무시한 모양새여서 더욱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초선의원이었던 2001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당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21명 중 1명이었다. 해당 법안은 박상천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2001년 11월30일 대표 발의하고, 21명의 의원이 발의에 참여한 법안이다.
발의안은 공직선거후보자나 선출직 당직자의 추천 또는 선출과 관련해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당원 또는 배우자·직계 존비속에게 금전 등 재산상 이익 제공, 제공 의사 표시, 제공 약속 행위를 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공하는 자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요구하는 자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발의안에는 개정이유에 대해 "정당의 당내경선이 공정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전 대표가 이름을 올린 발의안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취지로 발의된 법안 3개와 함께 묶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대안법안에 반영돼 국회를 통과, 2002년 3월7일자로 시행됐다.
송 전 의원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본인이 발의에 참여한 법안의 취지를 본인이 어긴 것이 된다. 더 나아가 만약 정당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형사처벌 수순까지 밝게 된다면 본인이 만드는데 일조한 법안 규정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대표발의자가 만든 법안에 소속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하는 '품앗이' 형태로 법안이 발의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발의자로서 책임이 면해지는 것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약 2주 만인 24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조기 귀국한다. 송 전 대표는 귀국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돈 봉투 의혹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귀국 후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의혹에 피의자로 입건된 9명 모두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캠프에서 일했던 캠프 관계자들이다. JTBC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정근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따라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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