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는 빙산의 일각?…녹음파일 속 또다른 '스폰서'
강래구-이정근 통화서 "사업가 김씨 밖에 스폰서 없잖아" 언급
지속적 자금 지원 받았을 가능성…스폰서 자녀 채용 정황까지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스폰서'로 언급되는 또 다른 사업가가 나오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이 녹음파일에는 '스폰서'가 전당대회 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민주당 인사들에게 불법적인 자금을 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화가 담겨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이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전반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 국회의원 등에게 뿌려진 돈봉투의 자금을 마련한 인물로 사업가 김모씨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2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는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지인을 통해 현금 6000만원, 2000만원을 마련해 국회의원 등에게 전달했다고만 적시돼 있었다.
JTBC는 전날(19일) 이 전 부총장과 강 감사가 통화한 대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는 이 전 부총장이 "(돈이) 필요하면 누구한테 요구를 해, 저기한테? OO(김씨)이한테?"라고 말하자, 강 감사가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잖아. 다른 스폰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화를 보면 김씨가 이들에게 전당대회 돈봉투 외에도 평상시에도 지속적으로 돈을 대주는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읽힌다.
또 강 감사는 이 전 부총장에게 "김OO 이런 고리들한테, 말하자면 그 사람들한테 맨날 용돈이나 얻어 쓰고 거기에 맛 들여 있는 거 아니냐"고도 말했다. 일상적으로 김씨로부터 돈을 받아 사용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전당대회가 끝난 후 김씨 자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일을 하게 됐다. JTBC는 이 과정에서 윤관석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김씨 자녀 이력서를 받는 등 자리를 알선해 준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김씨는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하며 이전에도 민주당 의원실에서 일을 많이 했고, 봉사활동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에는 또 다른 '스폰서'로 추정되는 강모씨에 대한 언급도 있다. 윤 의원과 이 전 부총장이 강씨와 잡은 골프 약속 일정을 바꾸는 것과 관련한 통화에서 이 전 부총장이 "신경 안 써도 된다. 나중에 (당직) 하나 주면 돼"라고 하고, 윤 의원이 "그런 거야 뭐 하나 찾아보면 되니까"라고 답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씨를 불러 돈봉투의 자금을 지급했는지, 돈을 준 이유,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 지급 여부 등을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전날 강 감사에 대해 정당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21일 오전 11시 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다. 21일 늦은 밤이나, 22일 새벽께 구속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강 감사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민주당 전대 돈봉투 살포' 사건에 연루된 윤 의원과 이성만 의원 등 현직 국회의원을 물론 프랑스 파리에 있는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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