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의혹' 강래구·강화평 소환…자금조성 추궁(종합)

檢, '자금마련책' 강래구·'전달책' 강화평 피의자 조사…현역 의원 특정 아직
'이정근 녹취록' 파장 야권 전반 확대…송영길 전 대표 수사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왼쪽), 이성만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9400여만원의 금품이 살포된 정황을 수사 중인 검찰이 16일 모든 돈의 전달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 마련책과 자금 전달책을 소환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오후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58)과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38)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강 전 의원의 법률대리인은 취재진에 "조사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과 강 전 구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돕기 위해 선거캠프에서 몸 담으면서 금품 살포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두 사람을 상대로 당시 전당대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건네진 정황과 관련해 구체적인 자금 조성 경위와 살포 경로 등을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12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윤관석 민주당 의원과 같은당 이성만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윤 의원과 이 의원 외에 강 회장, 강 전 구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보좌관, 조택상 전 인천부시장 등이 공동 피의자로 적시됐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따르면 강 회장은 전당대회에서 뿌려진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지인을 통해 마련했다.

강 회장은 확보한 현금 중 6000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봉투 10개에 현금 300만원씩 담아 당시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모 전 보좌관에게 전달했다. 이 돈은 이 전 부총장을 거쳐 윤 의원이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영장에는 윤 의원이 2021년 4월 강 회장에게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금품 마련을 지시·권유했다고도 나온다.

이날 소환된 강 전 구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한 1000만원을 50만원씩 봉투 20개에 나누어 담아 강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은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10명에 흘러갔다.

또 강 전 구의원은 강 회장이 마련한 1000만원을 받아 이 전 부총장에게 건네준 혐의도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를 50만원씩 봉투 20개에 나누어 담아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 마련책'인 강 회장과 '전달책' 강 전 구의원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이른바 '전대 돈 봉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은 돈 봉투를 받은 국회의원들을 아직 특정하지 않았으나, 두 차례에 걸쳐 건네진 돈 봉투가 모두 다른 사람에게 갔다면 수사 대상은 최대 2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날 오후 일각에서 검찰이 '돈 봉투를 수령한 현역 국회의원을 20명으로 특정했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검찰은 아직 구체적인 인원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4일 구체적인 수사 대상의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인선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고 공여한 사람들은 모두 수사 대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1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의 정치학 중심 명문 그랑제콜인 파리정치대학(Sciences-po・시앙스포)에서 열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국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사성’ 특강에서 송 전 대표가 참석한 학생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3.4.14/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검찰 수사가 향후 송 전 대표를 직접 겨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프랑스로 출국해 파리 그랑제콜(ESCP, 파리경영대학원)의 방문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송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과 이 의원도 거듭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송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캠프에서 활동한 윤 의원은 사무총장으로, 이 의원은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으로 임명됐다.

검찰은 앞서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관련 녹취록을 확보해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씨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을 분석하던 중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한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야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앞서 노웅래 의원의 뇌물수수 의혹, 이학영 의원의 한국복합물류 취업청탁 의혹 역시 이 전 부총장 녹취록이 단초가 됐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