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52년 만에 벗나 했더니…檢 "불법구금 아니고 재심도 안돼"

진화위도 인정한 간첩조작사건…한삼택씨 유족 재심 신청
검찰 "구속날짜 잘못 기재 가능성…법조인 최선 다했을 것"

2017.3.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경찰의 고문과 가혹행위로 간첩 누명을 쓴 고(故) 한삼택씨의 재판이 52년만에 다시 열렸지만 검찰이 재심 개시에 반대하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지난 14일 한씨가 신청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첫 심문을 진행했다.

한씨는 1971년 제주의 한 중학교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친북 성향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련) 관련자와 서신 및 금품을 주고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한씨의 아들은 부친이 불법 체포과 구금은 물론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터무니없는 죄를 뒤집어썼다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지난 2월 당시 수사관들이 허위 자백을 강요하고 한씨를 고문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진실규명 결정 및 재심을 권고했다.

조사 결과 당시 법원은 1970년 10월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한씨는 이미 9월29일부터 구금돼 호텔, 여관, 경찰서, 취조실 등으로 끌려 다니며 불법 감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생전의 한씨는 매 맞기, 주전자 물 코에 붓기, 전기고문 등 자신이 당한 피해를 가족에게 호소했다.

한씨 측 변호인은 "고인의 피해와 명예가 회복될 수 있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재심 개시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심 청구 기각을 주장했다. 확정된 판결을 사소한 의심으로 부정해선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한씨가 구속영장 발부 전 구금된 것을 두고도 "자료가 잘못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50년 이상 경과해 경위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다른 피고인의 구속일자가 한씨의 구속일자로 잘못 적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씨 딸·아들·조카 등의 진술에 대해서는 "추측에 불과하다"면서 이들을 법정으로 불러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법조인이 시대 상황에서 양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며 "그같은 전통 위에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