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입법, 국회의원 표결권 침해했지만 무효는 아니다"(종합2보)
헌재, 국민의 힘 청구 권한쟁의심판 일부 인용…법무부 청구 '각하'
전주혜 의원 "헌재, 비겁한 결정으로 '의회독재' 자정 기능 방기"
- 이세현 기자, 박승주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박승주 기자 =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입법되는 과정에서 박광온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전주혜, 유상범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 자체는 유효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검수완박법의 효력은 유지하게 됐다.
또 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법 입법을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은 "자격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의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22년 4월27일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선포한 행위는 청구인(전주혜, 유상범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인용 결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회법 제57조의2 제4항 및 제 6항, 제58조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와 실질적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헌재는 "해당 법안들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국민의힘 청구는 기각했다. 또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 청구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그 정도가 국회의 기능을 형해화(형식만 남고 의미가 없게 됨)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국회의 형성권을 존중해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이 '회기 쪼개기'를 통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의 하한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라고 해서 위헌·위법한 회기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법 입법을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고, 검사들은 권한침해 가능성이 없다"며 본안 판단 없이 각하했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장관은 청구인적격이 없다"고 밝혔다.
검사들에 대해서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 및 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회 제1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4월 박홍근 원내대표를 대표발의자로 해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일부개정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제사법위원장은 민주당에서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비교섭단체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시켜 안건조정위를 구성, 개정안을 의결했다. 안건은 본회의로 올라가 통과됐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 범죄에서 부패·경제 2개 범죄로 축소하고 수사 개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은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별건사건 수사 금지,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 조항도 포함됐다.
권한쟁의심판 청구인으로 나섰던 전 의원은 이날 선고 후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전 의원은 "국회에서의 위헌적 행위에 대해서는 헌재가 무효확인을 해줌으로써 '의회독재'를 멈추게 하는 자정적인 기능을 해야되는데, 헌재가 그러한 스스로의 기능을 방기하고 비겁한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일부 재판관들이 실질적 토론 전제된 다수결 원칙이 헌법 49조의 취지라고 얘기했는데, 이 실질적 토론이 국회에서 무력화되고 있다"며 "헌재에서도 실질적 토론에 기반한 다수결 원칙이 헌법 정신이라고 했기 때문에 여야 모두 귀를 기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측을 대리했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 네분께서 법무부장관과 검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주신 점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강 전 재판관은 "다만 다소 형식적인 사유로 종국적으로 각하가 된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국회 측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외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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