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핵심' 스티븐 리 17년만에 美서 체포…법무부 "신속 송환"(종합)

론스타 전 한국본부장…2005년 국외 도피로 수사 차질
2017년 체포됐다가 석방되기도…2월 한미회의가 계기

검찰 수사 관계자들이 2013년 3월 외환은행 본점에서 압수증거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2013.3.19/뉴스1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론스타 사태'로 불리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스티븐 리 전 론스타 한국본부장(54·미국 국적)이 미국에서 체포됐다.

법무부는 미국 당국과 공조해 2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에서 스티븐 리를 체포했다고 5일 밝혔다. 미국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지 17년 만이다.

스티븐 리는 1998년 론스타가 한국에 지사를 개설할 당시부터 대표로 재직하며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뒤 되파는 과정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2006년 론스타의 탈세 혐의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나 스티븐 리가 그보다 앞선 2005년 국외로 도주하면서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

법무부는 2006년 8월 미국 측에 스티븐 리의 인도를 청구한 후 미 당국과 법리 검토 등 협의를 지속했지만 절차가 길어지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티븐 리는 2017년 8월 도주 12년 만에 인터폴에 의해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으나 현지 밀라노법원의 결정으로 석방되기도 했다.

지난해 론스타 사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법무부는 올해 2월 일본에서 열린 '아태 지역 형사사법포럼'에 이노공 차관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미국 측과 고위급 대표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법무부는 스티븐 리 인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구하면서 미국 측에 스티븐 리의 최신 소재지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등 공조를 확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와 뉴저지주 연방검찰청의 협력에 고마움을 표한다"며 "인도 재판을 진행해 신속하게 송환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은행에 매각하면서 4조60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두고 국내에서 철수해 '먹튀' 논란을 불렀다.

당시 국내 은행법상 비금융 부문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론스타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으로 분류돼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이 자기자본비율(BIS)이 8% 미만인 부실은행으로 분류되자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라는 예외규정을 만들어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 금융권 인사들이 론스타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에 그치지 않고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매각 과정에 부당 개입해 46억8000만달러(6조원대)의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간 소송'(ISDS)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에 론스타 측 청구금액의 약 4.6%인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법무부는 판정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판정 직후 "론스타 청구액보다 많이 감액됐다고는 하나 한국 정부는 중재판정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취소 신청 등 후속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