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간부 음주운전 폭로' 서울대 前총학회장…대법 "공익 목적"
1·2심 벌금형 집유…대법은 무죄 취지 파기환송
"주요 내용 모두 '진실한 사실'…위법성 없어져"
- 박승주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사이가 좋지 않던 다른 학과 학생회장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전 총학생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공익적 목적"이라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던 A씨는 재임 시절 자신에 대한 사퇴 운동을 벌이면서 '제대로 일을 추진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던 다른 학과 학생회장 B씨가 차기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간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가 농촌봉사활동(농활)에서 음주운전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쓴 글을 SNS, 학내외 커뮤니티,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렸고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글을 올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농활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B씨가 음주운전한지 4개월이 지나고 선거 한 달을 앞둔 시점에서 A씨가 글을 올린 점, 음주운전 발생 방지가 목적이었다면 B씨를 특정하지 않아도 됐던 점, SNS까지 글을 올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 행위가 공익 목적은 아니라고 봤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A씨는 글이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했다면서도 굳이 B씨가 특정되는 방법을 이용했고 선거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임은 뻔한 사실"이라며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는 농활 과정의 관성적인 음주운전 문화가 농활에 참여한 학생의 안전을 위협하고 부정적 사회적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는 B씨 음주운전을 계기로 농활 음주운전에 대한 반성과 비판적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대학생 윤창호씨가 치여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학생회 간부들과 음주운전의 공론화 여부와 방식, 내용 등을 논의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대법원은 "음주운전 불감증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로서 주된 의도와 목적에서 공익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관행적 문화를 개선해 음주운전 사고 가능성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서울대는 물론 일반의 관심과 이익에도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시글의 중요한 부분은 '진실한 사실'에 해당하고, A씨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임이 인정되는 이상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의 유죄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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