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감금·고문·살해·암매장까지…익산 원룸 살인사건의 전말
범행 당시 녹음파일 '유가족'에 전달도…"잔혹하고 끔찍"
항소심서 형량 늘어…법원, 주동자에 '무기징역' 선고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지적장애 여성을 유인해 성매매를 강요하고 좁은 세탁실에서 두달간 괴롭히다 살해한 일당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2019년 2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A씨(30). 그는 출소 이후 부인 C씨(37)와 교도소 동기 B씨(32), 동네 선·후배 등 7명과 함께 전북 익산에 있는 24㎡(7평) 규모의 원룸에서 거주해왔다.
마땅한 벌이가 없었던 이들은 과거 유흥업에 종사했던 A씨의 제안에 따라 '조건만남'을 시작하게 됐고, 같은해 5월부터는 성매매 알선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범죄대상을 물색했다. A씨 일당은 "조건만남 일을 하고 있다. 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 보내줄 테니 나를 믿어봐라"며 지적장애 여성들을 자신들의 거주지로 유인했다. 한달 뒤인 6월26일 대구에서 가출생활을 하던 지적장애 3급 D씨(20)도 A씨 부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무리에 합류하게 됐다.
하지만 여성들이 원룸에 발을 디딘 순간 A씨 부부의 태도는 돌변했다. 이들은 여성들이 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휴대폰을 빼앗고, '위계질서'를 빌미로 폭행을 일삼았다. 또 성매매도 강요했고 대금도 챙겼다.
참다못한 D씨는 성매수남에게 "여기서 나가게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D씨와 접촉한 성매수남은 이튿날 A씨에게 SNS로 "당신의 전화번호와 차량번호를 알고 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연락을 했다.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A씨 일당은 D씨가 신상정보를 말했다는 이유로 D씨를 베란다에 마련된 세탁실에 가두고 감시했다. 이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흉기로 D씨를 찌르고, 10분 동안 뜨거운 물을 뿌렸다. 고데기를 뜨겁게 달궈 D씨의 허벅지, 팔 등에 화상을 입히고, 토치로 D씨의 머리카락을 태우기도 했다.
범행은 치밀했다. 폭행을 저지를 때에는 피해자의 비명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스피커 음량을 최대로 키웠고 카메라로 촬영도 했다. 날이 갈수록 잔혹해져만 가던 이들의 범행은 D씨가 학대 중 사망하면서 끝이 났다. 8월18일, D씨가 원룸에 온 지 2개월 만이었다.
사건의 전모는 2019년 9월15일 원룸에서 함께 생활했던 다른 지적장애 여성의 어머니가 딸의 납치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씨 일당이 D씨를 매장한 곳에 수차례 시멘트를 부은 사실도 확인됐다. 비가 내릴 때 시신 일부가 외부로 드러날 것을 우려해 벌인 것이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사체유기, 성매매교사, 감금, 특수상해 등 무려 15가지나 됐다. 1심은 A씨에게는 징역 30년을, 범행에 가담한 B씨에게는 징역 20년을, C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적장애가 있었던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 피해자에게 가했던 강요, 강제추행, 폭행, 감금, 살인 등 범행수법이 모두 끔찍하고 잔혹하다"며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기까지 긴 기간에 걸쳐 극심한 고통과 참담한 심정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판결에 불복한 A씨 등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원심보다 높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B씨와 C씨에게도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은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다며 범행 당시의 상황이 녹음된 파일을 유가족에게 보내는 등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변명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으로 인한 불행한 결과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으며,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극도로 경시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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