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수원복 카드' 합수단 성과 어땠나…檢안팎서 쏠리는 시선
조폭두목·마약사범도 연루…보이스피싱 사범 111명 입건
검찰 수사 존재감·당위성 증명 과제…'역할 확대' 제언도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한동훈 법무부장관 취임 후 출범한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의 수사 성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동부지검 합수단은 출범 5개월간 조직폭력배 두목을 포함한 보이스피싱 사범 111명을 입건하면서 수사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합수단이 이처럼 수사 성과에 집중하는 것은 검찰 수사의 존재감과 당위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2년간 검경 수사권조정·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으로 검찰 수사 범위가 크게 축소됐는데, 합수단은 한 장관의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 카드'나 '검수완박 우회로'로 평가된다.
◇'출범 5개월' 수사 성과 발표
합수단은 17일 송파구 문정동 소재 동부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범 5개월간의 성적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29일 출범한 동부지검 합수단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급 20명과 중간간부급 78명 등 111명을 입건했다. 이들 중 총책 3명과 중간간부급 16명 등 24명은 구속됐다.
합수단은 현금 수거책만 불구속 송치된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보이스피싱 조직원 30명을 입건했는데 부산 지역 동방파 두목과 칠성파 행동대원 등 조직폭력배는 물론 마약사범도 피의자 명단에 포함됐다.
조폭과 마약사범이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합수단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금과 발생 건은 합수단 출범 4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기준 각각 5147억원과 2만479건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피해금 7172억원·발생 건수 2만8676건)보다 28~29% 줄어든 것이다.
김호삼 동부지검 합수단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6개국과 면담하고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며 "현재까지 인터폴 적색수배는 5건 진행됐고 중국에 있는 5명의 송환 또는 강제 추방을 위해 외국 사법당국에 신속한 검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합수단 내 전문 인력이 많아 그간 드러나지 않은 공범까지 수월하게 적발할 수 있었다"며 전문성을 강조했다.
◇수사력 입증해 국민 신뢰 얻을까
합수단 설치는 지난해 5월 취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1호 지시였다. 지난해 5월19일 남부지검에 처음으로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 설치됐고 이어 보이스피싱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합수단이 동부지검에 꾸려졌다. 검수완박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에는 국가재정범죄합수단이 북부지검에 신설됐다.
금융·증권범죄와 보이스피싱 모두 실생활에 밀접해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만큼 '검찰이 합수단 수사로 국민 신뢰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보이스피싱 엄단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동부지검 합수단이 수사성과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합수단은 검수완박법인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으로 제한된 검찰의 직접수사 이슈와 맞닿아 있다. 6대 범죄까지 가능했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지난해 9월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다시 축소된 상태다.
법무부가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검찰의 2대 범죄 수사 범위를 넓혔으나 과거와 비교하면 검찰의 직접수사는 크게 제한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수단이 수사력을 입증해 국민 신뢰를 얻으면 직접수사 축소 위기 해소에 기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부지검 합수단 수사 성과에서 주목할 점은 총책을 잡았다는 것"며 "국제 사법 공조를 통해서 도피 사범을 송환하겠다는 논의도 좋았다"고 긍정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합수단이 수사뿐 아니라 범죄 수익 환수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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