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아빠에게 가장 큰 벌을"…홀로 남은 딸의 절규
아내 외도 의심…가족 잠든 것 확인하고 범행
"아내에 고통 주기 위해 자녀에게 흉기 휘둘러"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세상에 홀로 남은 16세 소녀는 법정에서 하나 뿐인 가족을 버렸다. 아버지 강모씨(58)가 아내(50)와 남동생(13)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딸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식도를 찔려 목소리를 잃었다.
아내는 식당에서 일하다 2002년 강씨와 만나 결혼했고 딸과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강씨는 결혼 3년 만에 돌변해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주먹을 휘두르고 벽돌로 아내의 차를 부쉈으며 심지어 생후 17개월된 아이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참다못한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지만 강씨는 번번이 거절했다. 심지어 아내를 때리기도 했다. 참다 못한 아내는 아이들과 집을 나왔다. 결혼 16년 만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2월 장모가 무심코 건넨 "가게에 남성이 왔다"는 말 한 마디였다. 강씨는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했다. 강씨는 이후 아내와 전화로 크게 다퉜고 그럴수록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강씨의 머릿속에는 아내에게 고통을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딸과 아들을 모두 살해해 "자녀를 2명 낳고 싶다"던 결혼 전 아내의 약속마저 지우고 싶었다.
계획은 치밀하고 기괴했다. 강씨는 아내와 두 자녀가 살던 경남 함양군 건물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토지의 소유권을 전처의 아들 명의로 옮겼다. 두 자녀가 모두 사망할 것에 대비해서다. 자신의 계좌에 있던 돈도 전처와 전처의 자녀에게 송금했다.
며칠 뒤 아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강씨가 찾아와 늦은 밤까지 싸웠다. 그러더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음날 새벽까지 큰방과 작은 방을 오가며 아내와 두 자녀가 잠들었는지 확인했다.
새벽 5시40분 가족이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한 강씨는 현관문 신발장에 숨겨놓은 흉기를 꺼냈다.
강씨는 작은 방으로 몰래 들어가 아내와 아들에게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강씨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딸도 흉기로 찌르고 현장을 떠났다. 강씨는 범행 사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강씨는 살인, 살인미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내와 다툰 후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아내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죄 없는 자녀를 흉기로 찌른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살아남은 딸은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기간의 정함이 없이 격리된 상태에서 평생 잘못을 참회해야 한다"며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1심은 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강씨와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이 옳다고 봤다. 이후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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