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까지 손 뻗친 '대장동 로비'…공수처도 예의주시

법조계 로비, '50억 클럽'·남욱 진술 이어 판사 술값 대납까지
현직 판·검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첩 요구권 행사 주목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오전 조사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오전부터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과 관련해 김씨를 소환해 조사 중이다. 2023.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이 법조계 로비 의혹으로 번지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판·검사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아직까지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직 판사와 검사가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인 만큼 수사 진척 정도 등에 따라 직접 수사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최근 김씨 등 '대장동 일당'이 자주 방문하던 유흥주점 직원의 휴대전화 통화 목록 등 증거를 확보해 김씨가 전·현직 판사들에게 로비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개발이 본격화하던 2017년 당시 부장판사였던 A 변호사를 유흥주점으로 데려간 후 술값을 계산했다거나 A 변호사가 주점에 방문해 김씨의 이름을 대고 술을 마셨다는 취지의 직원 진술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당시 술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지목된 현직 판사 B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술자리 중간에 잠깐이라도 들러 인사나 하고 가라는 연락을 받고 중간에 동석했다"면서도 "중간에 머물다 자리를 떠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무고를 호소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판·검사 등 법조계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로비 자금을 받았다고 알려진 '50억 클럽'에도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다수 법조인이 포함됐다. 남 변호사는 2021년 검찰 수사에서 "김만배한테 돈 받은 검사들이 워낙 많아서 이 사건 수사를 못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공수처가 수사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판사와 검사는 고위공직자로 분류돼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아울러 다른 수사 기관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범죄를 먼저 인지하더라도 관련법에 따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며, 공수처는 60일 이내에 직접 수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특히 검찰의 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제 식구 감싸기'로 흘러갈 경우 공수처가 수사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공수처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본격적 수사 단계에 돌입하는 것은 과하다"며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공수처는 사건 관계자의 일방적 진술 외에 더욱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거나, 공수처에 고발장이 접수될 경우 직접 수사 착수 여부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sa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