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인데…"물가 너무 올라" 손님도, 상인도 난감
추석 앞 경동시장에 손님 북적…"손님 늘어도 매출 제자리"
장보기 포기하고 반찬가게로…상인들 태풍 소식에 또 걱정
- 김규빈 기자,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김성식 기자 = "거리두기 해제 후 맞이하는 첫 명절인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2년 전보다 손님이 30% 늘었는데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에요."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1일 오후 1시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만난 채소가게 사장 정모씨(53)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씨는 "집중호우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 배추, 애호박, 깻잎, 상추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값은 비싼데 채소가 비를 맞아 상태가 안좋으니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정씨는 "서울에서 소비되는 채소의 80%가량이 경기, 충청에서 재배되는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태풍 힌남노가 온다니 큰일"이라면서 "지금도 쪽파, 얼갈이 등 시장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이전의 70%밖에 안 되는데 태풍 때문에 더 줄어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시장에서 주방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정모씨는 "인건비, 유류비, 월세 모두 올랐는데 집중호우로 창고에 있던 나무 수저를 모두 못쓰게 됐다"며 "추석을 앞두고 제사상, 집기류를 추가 구매했는데 재고가 쌓일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날 경동시장은 추석 때 먹을 애호박, 무, 사과, 조기, 문어, 소고기 등을 사러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상인들은 손님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걱정하면서도 명절 특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다. 경동시장 옆 청량리수산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50대 김모씨는 "추석 대목이 이제 시작이어서 기대가 된다"며 "서울사랑상품권, 제로페이가 홍보되면 손님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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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과일값 너무 올라"…고물가에 차례상 간소화
그러나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주부 김모씨는 "30만원이면 차례상을 충분히 차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10만원은 더 뽑아와야 할 것 같다"며 "오이 하나가 2000원이라는게 말이 되나"고 반문했다.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주부 강모씨는 "차례상에 사과와 배, 귤, 곶감은 항상 올리고 음식도 가족이 며칠 동안 먹을 수 있게 준비했다"면서도 "물가가 올라 올해는 평년보다 조심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전통시장이 백화점, 마트보다 싼 편"이라며 "다음주에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아 서둘러 경동시장에 왔다"며 웃었다.
청량리역 인근 반찬가게 앞에서 만난 어린이집 교사 한모씨(51·여)는 "2시간 동안 시장을 돌아다녔는데 값이 너무 올라 차라리 반찬가게에서 만들어놓은 음식을 사는 게 더 저렴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국물가협회가 대도시 전통시장 8곳 차례용품 29종의 평균가격을 바탕으로 예상한 4인 가족 차례비용은 27만7940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채소류는 폭우와 폭염으로 가격이 급등해 시금치 한단 가격은 지난해 추석 때보다 23.1% 오른 7080원, 애호박 한개 가격은 24.6% 오른 2580원이었다. 파 한단은 2730원으로 1년 새 1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산이 주로 팔리는 수산물도 달러화 강세 등으로 지난해 추석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랐다. 부세 한 마리가 10.5% 오른 5250원, 동태포 1㎏은 7.4% 오른 1만1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수육용 돼지고기 1㎏은 15.2% 오른 2만5720원, 산적용 쇠고기 600g은 3.5% 오른 2만9630원에 팔리고 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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