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합동감찰' 노림수…'尹흠집내기·檢무력화·친문결집'
유독 한명숙사건 수사관행 문제삼아 檢압박…"정치적 의도"
윤석열 특수수사까지 겨눌듯…'법-검 갈등' 2라운드 불가피
- 윤수희 기자, 류석우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류석우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모해위증 의혹을 두고 고강도 합동감찰을 벌이기로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최고조에 이르렀던 법무부를 향한 검찰 내부의 반발심이 다시 차오르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수사관행 문제가 비단 한 전 총리 사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에도 유독 한 전 총리 사건만 특정해 감찰을 벌이는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검찰 죽이기'를 통한 친문 세력 결집, 더 나아가 현재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흠집내기 위한 복합적인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대검찰청 감찰부와 합동으로 한 전 총리 수사팀의 '재소자 위증 교사 의혹'에서 불거진 부적절한 수사관행 및 해당 사건 관련 민원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 전반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검의 '불기소'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10년 전 수사·공판 과정과 재소자 민원 처리 과정, 대검 부장·고검장회의에서의 절차상 문제 및 회의 내용 유출 문제까지 모두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박 장관은 "징계를 염두에 둔 감찰은 아니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상당한 규모로 합동감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합동감찰 목표는 그동안 검찰 특수수사에 있어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소위 직접수사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밝혀내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데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장관의 합동감찰 지시에 '검찰 수사관행 개선'이라는 '순수한 목적'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 특수수사로 인한 피해를 입은 사건은 수없이 많은데, 왜 유독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한 전 총리 사건에 집착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바뀐 수사준칙상 검찰이 과거와 같은 관행을 되풀이하긴 어려워졌다. 보다 나은 검찰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최근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와 같은 관행이 되풀이되는 상황을 찾아내 고쳐야하지 않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8년 적폐수사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나 2016년 기소도 안된 상태에서 임신 사실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정유라씨 등 검찰의 특수수사로 인한 피해는 최근까지도 지속돼 왔다. 정권에 유리한 수사의 문제점은 모른 척 하면서 일부 여권 정치인과 연관된 수사의 문제점만 들춰내는 건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한 전 총리 사건 당시와 같은 수사방식은 최근에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진짜로 순수하고 진정성 있게 검찰의 수사관행에 접근하려면 최근에 있었던 사건을 들여다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법무장관이기 이전에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했던 박 장관이 '친문 세력 결집'과 '검찰 무력화', '윤 전 총장 흠집내기'까지 '1석3조'를 노린 것이라 본다. 개인적으로는 골수 지지층들에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 한편, 집권 여당의 정치적 노림수를 구현해내는 일종의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해내려는 복안이라는 것이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박 장관이 결정권이 없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무리를 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녹취록과 수사기록, 공판기록을 모두 공개하면 오히려 뒷감당이 안 되는 건 법무부와 여권"이라며 "결국은 수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치부를 드러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대중에 잊혔던 한 전 총리 뇌물 사건을 계속 언급하는 게 과연 여권에 유리하겠냐는 반문도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결론에 있어서 번복시킬 용기도, 근거도 없는데 지지층에 폼은 잡아야한다는 것"이라며 "문제가 있어야한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그 뜻에 맞게 나오지 않으니 이것저것 끌여다 말만 붙여놓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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