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계단서 자전거 타다 추락사…"부실 난간, 2억 배상"
법원 "난간, 자전거 휠체어 통행자 충격 감당해야"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도 원인…30%만 인정"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백화점이 관리하는 지하철 민자역사 내에서 자전거를 타다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법원이 백화점 측의 관리 부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운전자 측이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fixie) 자전거를 타 위험을 유발한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박상구)는 고(故) A군(사망 당시 14세)의 부모가 B백화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백화점은 부모에게 1억9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군은 2017년 6월 의정부역사에서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내려오던 중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난간에 부딪혔다. 하지만 난간봉 중 일부가 빠지면서 역사 밖으로 튕겨져 나가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A군의 부모는 의정부역사 내 공용부분을 관리하는 B백화점 등을 상대로 "자전거 이용자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정도로 난간을 시공·관리해 사고 발생 원인을 제공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백화점 측은 "난간은 도보를 이용한 통행인의 추락을 방지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며 "자전거로 계단을 내려오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까지 대비해 난간의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지하철에 자전거를 휴대·탑승하는 게 허락된 이상 백화점은 해당 난간이 위치한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통행로인 역사 내에선 유모차·휠체어·킥보드 등을 이용한 통행자도 있다"며 "난간은 보행자뿐만 아니라 이들 같은 통행자의 충격도 감당할 수 있는 강도를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사고 현장 옆의 난간봉을 잡아 돌려봤는데 용접도 되지 않아 그냥 돌아갔다'고 진술했다"며 "A군과 부딪힌 난간봉이 거의 휘지 않은 채 빠진 점 등을 보면 난간봉의 지지력이 거의 없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화점은 난간의 지지력을 확보해야 하는데도 사전적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통행자의 추락을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해 사고가 발생했기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고 당시 중학교 2학년 학생인 A군은 브레이크가 없는 묘기용 자전거(픽시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내려올 경우 위험성이 크다는 걸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 지적하고 "자전거 전용경사로를 이용하지 않고 이동한 점도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됐다"며 백화점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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