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휘두른 현행범 체포했다가 '범죄자' 누명 쓴 경찰관

법원 "국가, 500만원 배상해야…현행범 윤씨도 250만원 배상"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부장판사 이영진)는 경찰관 최모(59)씨, 김모(42)씨 등이 윤모(53)씨와 국가 등을 상대로 "각 495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윤씨는 250만원, 국가는 50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윤모씨는 지난 2008년 만취 상태에서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어 서울 송파경찰서 관할 가락지구대를 찾았다가 "최씨 등이 택시기사만 편든다"며 심한 욕설을 퍼붓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갑자기 부엌칼을 든 채로 최씨 등을 위협했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최씨는 같은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의 도움을 받아 윤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그런데 윤씨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윤씨가 김모 검사의 지휘를 받아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검찰수사관 나모씨에게 술값 약 60만원을 지불하는 등 뇌물을 줬던 것이다. 나씨의 보조를 받아 수사를 진행한 김 검사는 "공무집행방해의 정도가 약하고 불법구금됐던 점을 감안한다"며 윤씨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더 나아가 최씨 등을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서울동부지법에 기소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2009년 허위공문서작성 등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최씨 등에게 각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최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누명은 벗었지만 억울하게 기소된 최씨 등은 국가와 김 검사, 윤씨 등을 상대로 이듬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윤씨는 자신이 피의자로 된 사건에 대해 잘 봐달라고 뇌물을 줬을 뿐 최씨 등을 처벌해달라고 뇌물을 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윤씨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윤씨의 배상책임까지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검사, 검찰수사관이 청탁 등의 부정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신뢰함이 당연하고 이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권리"라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 윤씨에 대해서도 "식칼을 휘두른 행위로 최씨 등이 위협, 공포,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을 느꼈으리라는 점이 인정된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abilitykl@news1.kr